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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7년차 과장, 휴가 내러 갔다가…

[직딩블루스] 여름 휴가, 눈치보는 직장인 vs 당당한 직장인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입력 : 2013.06.16 05:03|조회 : 6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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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임종철
일러스트=임종철
"자기야~ 올해 여름엔 꼭 좀. 잘 좀 해봐 ㅠㅠ".
"아...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봐. ㅜㅜ".

국내 한 중견기업에 다니는 7년차 과장, 한 모씨(35). 바야흐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름 휴가철이 코앞이다. "내 올해는 기필코 '광복절 황금연휴'를 내 것으로 만들겠노라". 연초부터 와이프와 휴가 스케줄을 짜며 다짐에 다짐을 했건만. 웬걸. 느느니 '한숨'이요, 쌓이느니 '스트레스'다.

한 과장, 벌써 3년째다. 남들과 달리 훌훌 털고 떠날 조건은 이미 모두 갖춰져 있다. 언젠가는 2세를 가질 생각이지만 '쿨'(?)하게도 부부는 아직 애가 없다. 남들은 '딩크족'(Double Income, No Kids. 자녀 없는 맞벌이)이라며 부러워한다. 애가 딸린 것도, 그렇다고 휴가 비용이 궁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외국물' 한번 먹기 참 어렵다.

일이 꼬이기 시작한 건 4년 전, 경영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처음 발령이 났을 때만 해도 모든 게 '판타스틱(환상적)'했다. 주위 동료, 선후배들은 '핵심부서'라며 축하해 주고 부러워했다. 기획에 홍보에, 심지어 사장 '시다바리'(?) 업무까지 떨어졌다. 빨간 날에도 나와 일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견딜 만 했다. "일 좀 한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어깨에 힘도 들어갔다.

문제는 휴가철마다 후텁지근한 공기마냥 숨통을 조여 오는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점. 빨간 날이야 그렇다 쳐도 남들 다 가는 '장기 여름휴가'와 '생이별'한지 벌써 3년째다. 기껏해야 주말 끼고 4일 쉬는 것이 근 3년 여름휴가의 반복된 패턴이었다.

교사인 와이프는 연초부터 한 과장을 달달 볶았다. "회사에 사정이라도 좀 해봐. 곧 애도 가져야 하는데 제발 해외여행 한 번 가자. 응?". 6년 전 다녀 온 신혼여행이 해외나들이의 전부니 그럴 만도 했다. "알았어, 팀장한테 사정해서라도 광복절 연휴 끼고 좀 멀리 다녀오자".

솔직히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은 했다. 아니나 다를까, 연초 큰 소리를 뻥뻥 쳐 놓은 게 '공언'이 될 상황이다. '월화수목금금금'의 전범이라 할 만한 일벌레 팀장은 '휴가'의 'ㅎ'자도 아직 꺼내지 않는다. "휴가 계획 짜셨어요?". 며칠 전에는 바로 윗 고참 차장한테 조심스럽게 물었다. "알면서 왜 그래? 한 3일 애들 데리고 가까운 데 다녀오는 거지 뭐..."

암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팀장과 휴가를 논하는 건 '자살행위'다. 분위기상 올해도 글렀다. 실망과 분노에 겨워 일그러지는 와이프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뭐라고 얘기하지?. 아, 이 무슨 업보란 말인가". 한 과장, 지금 무척 슬프다.

자, 여기 다른 세상의 풍경도 있다. 외국계 반도체 회사에 근무하는 이 모씨(40).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에 다니다 회사를 옮긴 지 이제 5년째다. 이 씨도 국내 기업에서 일 할 때는 한 과장처럼 우울하기 그지없었다. 기본 연차에 '리프레시(재충전)' 휴가까지 합하면 1년 동안 쓸 수 있는 휴가일수가 20일을 훌쩍 넘었지만 해외여행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랬던 이 씨가 달라졌다. 올 8월엔 가족과 함께 오랫동안 못 본 친구도 볼 겸 호주로 열흘짜리 여행을 떠날 참이다. 시한이 다가오는 '프로젝트'를 아직 끝내지 못 했지만 휴가가 우선이다. 이 씨가 맡은 업무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이미 '대체 인력'을 찾아 조정을 끝냈다.

이 씨는 "일할 때는 일하고, 쉴 때는 쉬자는 문화가 자리 잡은 외국계 회사 직원들에겐 업무보다 '휴가'가 먼저"라며 "휴가 일정을 먼저 잡은 후 업무 스케줄을 맞추는 게 관례처럼 돼 있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 5월 이미 3박4일 일정으로 동남아 여행을 다녀왔다. 올 연말에도 회사가 열흘 정도 아예 문을 닫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이용해 장기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다. 이 씨가 올해 쓸 수 있는 휴가일수는 27일. 호주 여행을 다녀와도 연차 일수가 10일 이상 남아 부담이 없다.

이 씨는 "외국계 회사의 경우 '프로젝트 매니저'나 담당 보스가 해당 업무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휴가를 우선하는 것이 당연스럽게 여겨진다"며 "국내 기업은 기업문화나 분위기상 쉬지 않고 일해야 능력 있는 직원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지난 달 취업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679명을 대상으로 '직장에서 가장 하고 싶은 말'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휴가 다녀오겠습니다'(12.6%)가 '퇴근하겠습니다'(30.8%), '직접 해보세요'(20%), '너나 잘 하세요'(16%)에 이어 4위에 올랐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최근 직장인 55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장기 휴가를 갖는 것'(6.3%)이 '드라마 직장의 신' 중 부러워할만한 주요 행동으로 꼽혔다.

휴가는 '삶의 질'을 높여 주고 더 큰 '업무 성과'를 이끌어 낸다. 직딩들은 '쉬고' 싶다. 블루스추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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