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억 적자' 현대증권, 지점폐쇄 이어 구조조정?

인원감축과 점포축소. 금융·증권업계가 실적악화로 '쌍칼'을 맞고 있다. 최고 직장으로 각광받던 금융회사 직원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대형 증권사도 구조조정 '칼바람'＝우리투자증권은 지난 9일 김원규 사장이 취임한 직후 임원 27명이 일괄사표를 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가운데 8명의 사표가 최종 수리돼 임원 30%가 물갈이됐다. '증권사의 꽃'으로 불리는 리서치본부의 역할도 축소됐다.


우리투자증권은 임원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직원들의 후속인사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본부 이상 상위조직이 축소된 만큼 '슬림화' 추세를 거스르기 어려울 것이란 분위기다.

삼성증권은 이미 과장 및 대리급 인력 100명을 삼성그룹 내 금융계열사와 삼성전자 마케팅분야 등으로 전환배치했다. 지난달 중순부터 신청을 받은 결과 지원자가 예상보다 많았다. 이를 통해 절감되는 판관비만 연간 200억~22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대증권 역시 오는 9월 말까지 영업권이 중복되거나 실적이 악화된 지점 10개를 폐쇄하고 통폐합할 방침이다. 현대증권은 내년 말까지 실적이 저조한 직원들을 재교육할 방침이지만 지난달에만 250억원의 적자를 내 본격적인 인력구조조정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교보증권은 2015년까지 44개 점포를 22개로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노조의 반발로 유보됐다. 올해는 강남의 6개 지점만 3개 지점으로 통합 개편할 방침이다. 익명의 교보증권 관계자는 "관리 효율성을 위해 비슷한 지역의 점포 2개를 하나로 합친 뒤 내부에 WM(자산관리)센터를 따로 두고 브로커리지부문도 특화하자는 안인데 인원감축 우려로 노조의 반발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지점 개편과 관련해 인원감축이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초 30~40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KDB대우증권도 구조조정설이 다시 돌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증권 관계자는 "최근 5개 지점 통폐합과 희망퇴직 신청설이 돌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며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다보니 으레 그럴 것이란 추측일 뿐"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국내 64개 증권사의 임직원수는 1년새 1503명(3.43%) 감소한 4만2317명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로도 485명(2.33%) 줄었다. 같은 기간 지점수는 204개(11.17%) 감소했고 1분기에만 51개가 사라졌다.

◇은행, 연쇄 점포축소…인력조정 전망도＝한국씨티은행은 이달 서울 내 점포 3개를 폐쇄한다. 연말까지 총 8개를 추가로 폐쇄할 예정이다. 씨티은행은 올 초에도 15개 점포를 없앴다. 씨티은행은 내년에도 15개 점포를 없애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하나은행 역시 올 하반기에 총 22개 점포를 없앤다. 적자를 내거나 수익이 잘 나지 않는 점포가 대상이다. 올 들어 총 15개 점포를 줄인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5개를 추가로 폐쇄한다. 또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점포를 통폐합해 48개 금융센터를 만들었다. 신한은행도 올 상반기에 14개곳의 점포를 줄였다.

은행들이 이처럼 점포를 줄이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를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종준 하나은행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저금리 때문에 자산을 늘려도 NIM(순이자마진)이 낮아 수익성 보전이 힘들다"며 "비용이라도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은행의 올 1분기 당기순익은 1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3000억원)보다 약 45% 줄었다. 저금리로 이자이익이 9000억원이나 줄어들었다. 2분기 전망은 더 어둡다. STX와 쌍용건설 등 대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충당금 비용이 대폭 늘어났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점포를 줄이면서 인력 구조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지난해 말 명예퇴직을 통해 총 199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올 연말까지 점포를 23개 줄일 예정이어서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HSBC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한국에서 소매금융을 철수키로 했다. 10개 지점을 폐쇄하고 해당 부서 직원 300여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한다. 이달 말까지 명예퇴직 신청접수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