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비밀' 빼돌려 중국서 제품 생산 일당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주방용 세라믹 코팅 현장.(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News1

영업비밀을 빼돌린 뒤 퇴사한 개발·생산·영업 등 분야의 핵심 직원들이 중국에 경쟁사를 설립해 제품을 생산하다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자신이 다니던 회사에서 빼돌린 첨단 세라믹코팅제 기술을 이용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한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R사 기술개발총괄부장 박모씨(49)를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경찰은 같은 혐의로 A사 대표 김모씨(49)를 불구속 입건하고 R사 부사장 공모씨(45) 등 2명을 쫓고 있다.

세라믹코팅제품은 열전도성, 내구성, 내열성 등이 필요한 전자제품과 주방기기 등의 표면에 세라믹 막을 형성시킨 제품을 말한다.


피해업체인 T사는 1987년 설립돼 세라믹 코팅제품의 국내시장 80%, 중국 등 해외시장 30%를 점유하고 있다.

박씨와 함께 T에 재직했던 공씨는 영업총괄팀장, 이모씨(49)는 생산부 이사를 맡은 핵심 직원들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T사의 내부 전산망(인트라넷)에 무단 접속해 세라믹 코팅제의 원료·배합비 등 제조기술을 빼돌린 뒤 지난 2011년 8월 중국 절강성의 한 거래업체와 합작으로 R사를 설립해 최근까지 동일 제품을 생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대학 선배이자 화학물질 제조업체 대표인 김씨에게 영업비밀을 무상으로 제공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직장을 R사로 옮긴 후에도 1596회에 걸쳐 T사의 영업비밀을 빼돌리고 R사 전 직원이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인트라넷에 업로드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 등은 T사 재직 당시 자신들이 사용하던 비밀번호를 이용해 손쉽게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 중에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첨단기술로 인증 받은 기술도 있었다.

경찰조사 결과 박씨 등은 R사에서 각각 연봉 6300여만원과 숙소·승용차(기사포함) 등을 제공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T사에서 각각 팀장급 이상의 직책을 맡고 있던 박씨 등은 연봉을 높일 목적으로 2006년 범행을 공모했다"며 "R사 지분 49%(현금 29%, 기술 20%)에 대한 배당금까지 포함하면 박씨 등이 실질적으로 얻는 수익은 T사에서 받던 연봉의 수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 등이 실제 제품을 생산·판매한 것은 지난해부터라 T사 피해는 경미하다"며 "이번 검거로 연간 4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예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단속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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