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 강해졌다", 수출株 팔고 내수株 살까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달 23일 1055.80원에 연중 저점을 찍자 원화 강세 수혜주로 꼽히는 내수주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6월말 달러당 1160원에 달하던 원화 가치가 8~9%가량 올라가면서 수입이 많은 내수주의 원가절감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 그간 외국인의 매수 행진에 대형 수출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다시 내수주에 관심을 기울일만한 시기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행·레저 전통의 내수주 원화강세로 꽃 필까〓호텔 및 레저업종은 대표적인 원화강세 수혜주. 지난 10월 중순 이후 모두투어와 하나투어 주가는 내국인 출국자수 증가 전망에 상승세로 반전, 코스피 지수 대비 5%포인트 이상 추가 상승하고 있다.

박세진 BS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 비수기라 추세적인 상승은 어렵지만 여행주 반등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원화강세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원화강세와 더불어 중국 경기회복 기대감이 반영되며 카지노와 호텔주도 오름세다. 호텔신라는 지난 10월 한달간 주가가 5.42%(30일 기준) 상승했고 파라다이스 역시 12.65% 급등했다. 외국인 매수세도 꾸준하다.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인 입국자 증가율이 둔화돼도 면세점을 이용하는 중국인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내국인 출국자 수도 원화강세로 탄력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가부담 덜은 항공주, 한전·POSCO도 '好好'〓원가부담이 줄어드는 항공주도 원화강세 수혜주로 꼽힌다. 원화강세는 달러 비용이 많이 드는 항공사의 실제 운항비용을 줄여주고 해외여행을 견인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

송재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경우 연평균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200억원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가 나타나며 연말환율이 10원 내려가면 700억원의 외화환산이익이 계상된다"고 밝혔다.

이 밖에 수입곡물 비중이 높은 식품주와 한국전력, POSCO 등도 원화강세가 직접적인 실적개선을 가져오는 종목들이다. 한국전력은 환 헤지를 하지 않는데다 환 노출 금액이 연료비 23조원에 구입전력비의 70% 수준인 7조원, 외화차입 2조원을 포함해 총 3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환율이 10원 하락할 때 한국전력의 연간 세전이익은 2900억원 개선된다.

이밖에 조선주도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상선 신조선 가격이 올라 선주들의 발주속도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다.

◇"원화강세, 이번엔 달라… 결국은 실적"〓원화강세가 급속하게 진행될 경우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주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엔화약세로 수출주가 약세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

하지만 최근의 원화강세는 경상수지 흑자 속에 외국인이 연일 국내 주식을 매수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런 반응인 만큼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는 목소리도 높다. 점진적인 원화강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탈이 견조하다는 증거이고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자금의 매수세를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통상 원화강세 때는 내수주 우위 전략이 유리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이런 패러다임에 매몰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며 "오히려 실적이나 가격매력에 따른 모멘텀에 주력하라"고 주문했다.

임 연구원은 기존 주도주 중 SK하이닉스·현대중공업·LG화학, 차상위권 그룹 내에서는 현대글로비스·삼성물산·현대백화점·만도를 우선종목으로 꼽았다. 구조적 성장스토리를 보유한 종목으로는 NAVER·삼성SDI 등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