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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아빠의 하루'…매일 버스·기차타고 4시간 출퇴근

[직딩블루스]장거리 출퇴근 '애환'…이사는 언감생신

직딩블루스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입력 : 2013.11.02 06:30|조회 : 1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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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영통에 사는 직장인 문강원씨(34·가명). 서울 여의도에 있는 알만한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다고 하면 주변에선 남의 속도 모르고 "여의도요? 좋은 곳에서 근무하시네요"라는 말을 한다. 그럴때면 어색한 미소로 답을 대신한다.

오전 5시 50분. 문씨의 기상시간이다. 여의도에 있는 회사에 8시 30분까지 출근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6시 전에 일어나야한다. 문씨의 고달픈 '출근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시간이다.

집을 나서면 수원역까지 버스로 30분을 간다. 버스에서 내려 수원역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과 삼각김밥, 행버거 등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무궁화호를 타고 다시 영등포역으로 향한다. 꼬박 25분이 걸린다. 영등포역에서 여의도 회사까지는 지하철로 20분을 가야한다.

매일 출근하는데만 버스, 기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 '3종 세트'를 갈아타며, 장장 1시간 40여분이 걸린다. 퇴근까지 고려하면 하루에 꼬박 4시간을 길바닥에서 허비하는 셈이다.

"차라리 한 가지 대중교통을 타면 잠이라도 잘 수 있죠. 매일 버스, 기차, 지하철을 갈아타려니 잠도 못자고 한마디로 죽겠습니다." 문씨의 하소연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 기름값과 장거리 운전으로 인한 피로 때문에 자가용 출퇴근은 엄두를 못낸다. 하지만 교통비도 만만치 않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차 정기권을 사용한다. 매달 4만~5만원 수준이 들어간다. 그달에 빨간날(공휴일)이 많냐 적냐에 따라 기차 정기권의 비용이 달라진다. 여기에 버스와 지한철 비용을 합치면 한달 출퇴근 비용은 10여만원 수준이다. 대중교통 이용을 통해 이동거리에 비해 출퇴근 비용을 최소화한 셈이다. 문씨는 "기차는 버스나 지하철과 환승할인이 적용되지 않는 점은 못내 아쉽다"고 웃었다.

하지만 기차 정기권이 교통비 줄이기의 일등 공신이지만, 단점도 있다. 자유석이다보니 기차에 자리가 나지 않을 경우 4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내내 서서 출퇴근할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은 기차를 타고 출근하는 낯익은 남성분이 낚시 의자를 갖고 다니며 통로에 앉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나도 낚시 의자 하나 사야하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곤한다.

출퇴근 거리와 시간이 길다보니 제때에 끼니 챙겨먹기가 쉽지 않다. 아침은 수원역 편의점에서 주로 먹는다. 최근에는 컵라면이 질려 삼각김밥과 햄버거를 애용한다는 것이 문씨의 설명이다. 음료수를 끼워주는 행사 상품이 있다면 주저없이 손이 간다. 퇴근 때도 마찬가지. 지하철, 기차,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밤 10시가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늦은 시간에 저녁을 먹느라 부산을 떨기보다는 부족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 저녁을 굶는 날이 적지 않다.

종종 원치 않는 외박을 하기도 한다. 영등포발 수원행 열차는 밤 11시에 끊어진다. 술자리가 조금만 길어질 경우 기차를 놓치기 십상이다. 이럴 경우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주저없이 회사근처 찜질방을 찾아 잠을 청한다.

결혼 5년차인 문씨의 아내 역시 남편을 위해 외박을 권한다. 아내는 "택시비도 그렇고, 늦게 와서 3~4시간 자고 출근하느니 그냥 찜질방에서 자고 오라"고 말한다. 찜질방의 최고 장점은 잠자리는 좀 불편하지만, 내일 출근 걱정이 없다는 점이다. 버스, 기차, 지하철로 이어지는 고행의 출근길을 벗어나 오전 8시까지 '푹' 자고, 걸어서 출근할 수 있어서다.

이사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상황이 쉽지 않다. 지금 사는 수원 아파트를 팔고 서울에서 집을 구하려면 전세를 감수해야한다. 또 4살, 2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어 평수를 크게 줄이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본가와 처갓집이 모두 수원에 있어 급할 때 아이들을 맡기려면 수원을 떠나기 쉽지 않다. 사실 어렸을 때부터 수원에만 살아서 연고가 없는 서울로 가기가 두렵기도 하다.

매일 반복되는 고된 출퇴근에도 문씨가 웃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가족. "나 하나만 힘든 것 참으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생각으로 버틴다. 퇴근해 귀가한 늦은밤, 곤히 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고 문씨는 말한다.

문씨는 "수원역에서 아침에 기차를 탈 때마다 사람이 꽉 차 있는 모습을 보면 나만 장거리 출퇴근자가 아니구나 하는 위안도 얻는다"며 "잠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지만 좋은 회사에 다니며 가족을 부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늘도 출퇴근 고행을 감수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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