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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물러날 줄 알아야 아름답다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45>

투자의 의미를 찾아서 머니투데이 박정태 경제칼럼니스트 |입력 : 2013.11.2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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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태 칼럼]물러날 줄 알아야 아름답다
오랜만에 버너드 바루크의 자서전을 펼쳐 든다. 아직 번역이 안 된 책이라 아무래도 읽는 속도는 느리지만 이렇게 수은주가 갑자기 뚝 떨어져 외출하기 싫은 날 빠져들기 좋은 책이다.


 바루크 하면 늘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떠나야 할 때를 알았던 인물'인데, 사실 월가를 주름잡은 기라성 같은 투자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바루크처럼 명예롭게 투자인생을 정리한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

 월가 최고의 투기꾼으로 불리다 끝내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한 제시 리버모어, '강세장의 제왕'이라는 호칭까지 얻었지만 결국 알거지가 돼 싸구려 여인숙에서 죽은 앤서니 모스, 공매도 투기를 처음 선보이며 25년 간이나 미국 제일의 큰손으로 군림했으나 종국에는 파산하고 만 제이콥 리틀, 이들처럼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고 더 큰 욕심을 부리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인물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만큼 아름다운 퇴장이 중요한 것인데, 바루크야말로 이 점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인물이다.그는 어떻게 해서 떠나야 할 때를 알았을까?

 "나는 주식투자를 하면서 주가가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을 때 매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실은 이 정도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조금만 더 보유했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 텐데 너무 빨리 팔아버린 경우가 수없이 많았지만 그랬더라면 주가가 폭락했을 때도 그냥 주식을 들고 있어야 했을 것이다."

 1920년대 대강세장에서도 그는 너무 경계했다.그래서 일찍부터 시장의 광기를 경고했고 결국 "폭락의 시점이 다가왔다"며 1928년부터 보유 주식을 매도하고 빠져나왔다. 그뒤 주가는 1년이나 더 올랐지만 그의 행동은 매우 현명한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시장의 정점에서 매도하고 바닥에서 매수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나는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허풍선이일 뿐이다. 나는 단지 이 정도면 싸다 싶을 때 샀고, 이 정도면 비싸다 싶을 때 팔았다. 이렇게 했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요동친 시장의 출렁거림에도 떠내려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바루크는 1891년 스물한살 나이에 주급 5달러짜리 증권회사 사환으로 출발해 6년 만에 파트너로 승진했고, 다른 큰손들과 제휴하지 않는 독자적인 투자만을 고집해 '월가의 외로운 늑대'로 불리기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7년 우드로 윌슨 대통령에 의해 전시산업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정계에 들어가 루스벨트와 트루먼,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4명의 대통령 아래서 경제자문역으로 일했고, 지금 내가 읽는 자서전을 여든일곱 살에 쓴 뒤 8년을 더 살았다.

 월가에서 잔뼈가 굵은 노회한 투자자답게 그의 자서전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은 '10가지 투자원칙'인데 내부자 정보는 무조건 경계하고, 항상 현금을 일정 정도 보유할 것이며, 매수종목에 제한을 두고,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하라는 것처럼 모두 실전적인 내용들이다. 그러나 그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것은 이런 투자전략보다는 세상살이를 통찰하는 인생철학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말하기보다 듣는 것을 더 좋아한다." "삶의 기술이란 문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문제와 함께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항상 하나쯤 적게 하라."

 이 정도 혜안을 가졌기에 제때 물러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창 밖을 보니 칼바람에 눈보라까지 휘몰아친다. 겨울은 늘 이렇게 매섭게 들이닥친다.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무심하게 돌아가는 것 같은 주식시장 역시 날마다 변해간다. 매일매일의 시장은 비슷비슷하게 움직이는 것 같지만 똑같지는 않다.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들이 다 같아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양과 색깔이 조금씩 다른 것처럼 말이다.

 시장만 변하는 게 아니라 시장을 움직이는 투자자도 바뀐다.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자들이 들어오고 기존 투자자들은 하나씩 사라진다. 성자필쇠(盛者必衰)의 법칙은 투자의 세계라고 해서 예외를 두지 않는다. 오히려 더 혹독하게 적용된다. 바루크는 말한다. 잘 나가고 있을 때 그만두라고, 그래야 아름답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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