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몸값만 3000만, 지면 보신탕으로

지난 6월 강원 춘천의 한 야산에서 투견도박이 열렸다. /서울중앙지검 제공

경기와 강원 등지에서 판돈 6억원대 투견도박장을 운영한 조직이 검찰에 적발됐다. 적발된 투견도박에는 조직폭력배를 비롯해 유명 증권사 간부, 중소기업체 사장, 전직 교사 등 다양한 이들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윤재필)는 투견도박장을 개설해 6억2400만원대 도박을 한 혐의(도박개장) 등으로 도박주최자 라모씨(44)와 심판 이모씨(54), 견주이자 대형증권사 부장 김모씨(48)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은 이들 도박에 투견을 댄 견주 등 9명을 불구속기소하고 도박참가 정도에 따라 11명을 벌금형에 약식 기소했다. 참가자들의 직업은 중소기업 사장, 교사, 일용직노동자 등 다양했다. 검찰은 수사도중 도주한 이모씨 등 주최자 8명에 대해선 기소중지처분을 하고 지명 수배했다.

검찰에 따르면 라씨 등 도박주최자들은 각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28차례에 걸쳐 판돈 6억2400만원대 투견 도박을 주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경기 남양주, 구리 강원 춘천, 충남 등 각지에서 일명 '프로모터'로 활동하며 도박에 참가할 견주와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이들은 특정 지역에서 도박이 열리면 그 지역의 프로모터가 주최자 역할을 하고 나머지 프로모터들은 참가자 모집이나 관리 등 적절히 역할을 분담했다.


라씨 등이 도박에 쓴 개는 유명 투견의 일종인 '핏불테리어'다. 이들은 인터넷 애견동호회 등에서 알게 된 견주들에게 접근해 도박 참가를 권했다. 견주들은 도박에서 승리할 경우 개의 판매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별도의 훈련까지 거친 뒤 도박장을 찾았다고 한다.

투견방식은 어느 한쪽개가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죽을 경우 승패가 갈린다. 주로 오후10시부터 이튿날 새벽 4~5까지 경기가 계속됐다. 투견도박은 보통 1주일에 2~3번 열렸으며 하루 4~5경기 많게는 10경기까지 열렸다. 1회당 200~300명이 모여 도박을 한 끝에 6억원대 판돈이 오갔고 조씨 등 개최자는 10%를 수수료로 떼 갔다.

경기에서 이긴 개는 국산의 경우 수백만원, 수입산의 경우 최대 3000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반대로 싸움에서 진 개는 수십만원에 보신탕 식당에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라씨 등은 서로를 가명으로 부르고 철저하게 현금거래만 하고 대포폰(타인명의 휴대전화)을 사용하는 등 도박개장 사실을 숨기기 위한 수법들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댔다. 외길로 이어진 공터에 도박장을 만든 뒤 현장단속을 알아채기 위해 사람을 동원해 망을 보기도 해 현장을 덮치려한 검찰의 시도가 무산되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통화기록 내역 등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는 혐의만 기소한 것"이라며 "실제로는 더 장기간동안 여러차례 도박장을 운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