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처럼" 정상급 프로기사 상금만 수억, 평균연봉은?

지난해 프로바둑기사 '상금왕'에 등극한 박정환 9단/ 사진=한국기원

# 지난해 프로바둑기사 '상금왕' 박정환 9단(21)은 바둑돌 하나를 놓을 때마다 8만원 가까이를 벌었다. 2013 바둑대상 시상식에서 최우수기사상(MVP)을 받은 박 9단은 지난해 상금과 대국료로 약 8억3000만원을 쓸어담았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박 9단은 지난해 공식·비공식 총 105국(84승21패)을 치렀고, 수순이 기록된 87국에서 총 8982수, 평균 103수를 뒀다. 수순이 기록되지 않은 대국에도 이 평균치를 적용하면 박 구단은 총 1만840수를 뒀다고 볼 수 있다. 한 국에 약 790만원, 한 수에 약 7만7000원을 번 셈이다.

◇ 정상급 프로기사, 상금만 수억…정년 없어 50년 이상 활동


국내 프로기사 가운데 10명이 지난해 상금과 대국료로 1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유명세에 따른 출판 활동, 방송 출연, 강연 등으로 얻는 수익까지 더하면 '한 수'의 가치는 더 올라간다.

프로기사는 나이와 무관하게 활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 가운데 하나다. 한국 프로바둑 최고령 최창원 6단(77)은 1960년 입단해 55년째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조훈현 9단(61)도 1962년 9세의 나이로 입단해 53년째 활동 중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프로기사에는 정년이 없다"며 "기사가 직접 은퇴를 선언하지 않으면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상위 10걸' 제외하면 연간 상금 평균 300만원도 안 돼

그러나 프로기사의 단점은 누구도 연봉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진행된 17개 기전의 우승·준우승 상금 총액은 12억4800만원. 이 가운데 상금 상위 10걸이 차지한 금액이 5억47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프로기사 총 284명 가운데 10명을 제외한 274명이 나머지 상금 7억100만원을 나눠 가진 셈이다. 1인당 평균 260만원도 채 되지 않는 금액이다.

사실상 상금과 대국료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기사는 소수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지도사범 출강, 출판 활동, 방송 출연, 바둑교실 운영 등으로 수익을 올려야 한다.

한 10대 프로기사의 아버지는 "프로기사는 본인의 능력과 성적에 따라 수입과 명예가 달라진다"며 "매번 승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사는 프리랜서"라고 밝혔다.

◇ "정상급 기사들은 4~5세부터 준비"

지난달 프로기사 선발을 위해 열린 제133회 일반입단대회에는 195명이 참가해 7명이 입단했다. 경쟁률이 28대 1에 달했다.

이 대회에서 최고령으로 입단의 영예를 안은 것은 김남훈 초단(30). 30대의 프로기사 입단은 박성수 4단(53)이 1997년 36세의 나이로 입단한 이래 17년 만에 처음이다. 김 초단을 제외한 나머지 입단자는 모두 20세 미만이다. 프로 포커선수에서 프로바둑기사로 '변신'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차민수 4단(63)도 포커선수로 활동하기 전인 1974년 23세의 나이로 프로에 입단했다.

바둑계에서 프로 입문은 바늘귀에 비유된다. 20대에만 입단해도 '대기만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바둑을 시작하는 시기는 다양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정상급 기사들은 대부분 4~5세 때 바둑을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