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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의 편지 한 통에 놀아난(?) KB금융

[조성훈의 테크N스톡]

조성훈의 테크N스톡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입력 : 2014.05.31 17:30|조회 : 4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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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IBM의 편지 한 통에 놀아난(?) KB금융
'메인프레임, 유닉스'… IT분야를 오래 취재한 기자에게는 익숙하지만 일반독자들은 생소한 용어가 분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두 단어가 독자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바로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지주와 KB국민은행 최고경영진간 마찰이 벌어진 때문입니다. 국민은행 감사가 사상 초유의 금융감독원 특별감사를 요청하는 등 KB금융 안팎이 이 문제로 시끄럽습니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최근 수년간 국민은행은 주전산시스템을 IBM사의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지난 4월 국민은행 이사회는 IBM 메인프레임 기반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의사결정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그런데 이달들어 별안간 국민은행 정병기 감사가 "전산시스템을 교체할 경우 치명적 오류가 생긴다는 보고를 받았다"면서 재검토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해달라고 요구한 겁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도 여기에 동의했습니다.

이에대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을 포함한 6명의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이미 끝난 문제를 왜 거론하느냐며 일축했고, 정감사는 자신의 건의가 묵살되자 금감원에 특별감사를 요구했습니다.

기자는 이 사안을 오랜시간 취재해왔던 만큼 이 사태에 적잖은 의구심을 품고있습니다.

먼저 메인프레임(main frame)과 유닉스(UNIX)에 대해 간단히 소개합니다.

메인프레임은 지난 1964년 IBM이 출시한 기업용 서버(대형컴퓨터)의 브랜드명입니다. 영화 메트릭스에서도 소개됐을 정도로 기업용 기간 IT 시스템의 대명사로도 꼽혔습니다.
KB국민은행 한 지점 / 사진=머니투데이
KB국민은행 한 지점 / 사진=머니투데이

'빅 아이언'(Big Iron, 큰 쇠다리미)이라는 별명처럼 엄청난 사이즈를 자랑하며 안정성과 신뢰성, 대용량 업무처리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초기 국가기관이나 금융기관처럼 고성능의 대용량 데이터를 신속하게 연산처리해야하고 24시간 안정적으로 가동해야하는 업무에 필수적으로 사용돼 왔습니다.

게다가 IBM주도의 폐쇄적인 기술(초기에는 유니시스, 후지쯔 등 다른회사도 있었지만 지금은 IBM만 남아있다)이어서 해킹위험도 적습니다. IBM은 80~90년대 메인프레임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세계 IT시장을 호령하며 대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문제는 메인프레임의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입니다.

구입가격은 용량이나 기업요구 사항, 협상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연간 수백~수천억원대로 알려져있습니다. IBM의 기술인만큼 장비공급이나 유지보수 모두 이 회사가 도맡아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1990년대 유닉스와 2000년대'x86서버'등 대안기술들이 등장했습니다. 두 기술은 안정성이나 처리성능은 메인프레임에 다소 뒤지지만 가격이 현저하게(통상 절반이하) 저렴합니다. 유닉스의 경우 최근 구축사례가 늘어나고 안정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메인프레임의 대체기술로 평가 받고있습니다. 유닉스의 가격대비 효과가 뛰어나다는데 이견이 없습니다. 2000년대들어 메인프레임이 사양길로 접어든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이미 대다수 은행들이 유닉스로 전환했는데, 국민은행은 금융권 메인프레임 마지막 고객사입니다.

국민은행도 당연히 이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2년전부터 IT본부를 중심으로 주전산시스템을 메인프레임기반에서 유닉스로 변환하는 방안의 득실을 따지는 '스마트사이징'이라는 이름의 기술검증 프로젝트를 시행해왔습니다.

국민은행은 앞서 지난 2008년 한국IBM과 7년간 2015년까지 2100억원(연간 300억원) 규모의 IT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종료를 수년 앞두고 기술검증에 나선 것은, 시스템교체 여부를 사전에 확정해 계약종료즉시 새시스템을 가동하는 시간을 벌기위한 것으로 이는 IT프로젝트의 통상적인 절차입니다. 만약 계약이전까지 시스템교체를 못하면 연장계약을 체결해야하는데 이 경우 비용부담이 큽니다.

당시 국민은행 IT본부는 주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해 유연한 접근을 취했습니다. 최고IT책임자(CIO)도 기자와의 수차례 인터뷰에서 "메인프레임이든 유닉스든 어떤 시스템으로 가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 어느쪽이 우리에 도움이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것이며 여기에는 비용과 안정성, 성능을 모두를 고려해서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고 말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은행 IT본부는 메인프레임 재계약시 비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한국IBM에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미리 예상비용을 받아 교체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한국IBM은 수차례 요구에도 그동안 구체적인 답변을 미뤄왔습니다.

결국 지난해 국민은행 IT본부측은 주전산시스템을 유닉스로 교체하기로 결정하고 이에대해 이건호 행장에 정식 보고했습니다. 이후 교체절차를 진행했고 이사회의 사업승인까지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IBM은 지난 4월중순 유닉스로 전산시스템 변경을 위한 사업자 우선협상이 시작되기 직전 셜리 위 추이 대표명의의 이메일을 국민은행 이건호 행장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보다 계약가를 더 낮추겠다는게 골자라고 합니다. 이를 확인한 이 행장측이 이번 프로젝트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지시한 게 이번 주전산기 교체논란의 시작입니다.
IBM 메인프레임 / 사진=한국IBM
IBM 메인프레임 / 사진=한국IBM

납득할 수 없는 것은, 한국IBM의 행보입니다. 상식적으로 수년전부터 고객사가 유닉스로 변경을 검토하며 계약만료이후 가격을 다시 산정해줄 것을 요구할 때는 묵묵부답이던 한국IBM이 뒤늦게 국민은행 내부의사결정이 이뤄진 뒤 다시 은행 최고경영진에 메일을 보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절차적으로나 도의적으로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심지어 한국IBM 내부에서 조차 "회사 대표가 고객사 CEO에게 사적 이메일을 보낸 것은 초유의 일이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는 발언이 나올정도입니다.

국민은행 경영진의 행보에 대해서도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시스템변경을 검토해온 것은 엄연히 국민은행이고 이는 내부의 필요성에 따른 것입니다. 변경안을 최초 이사회에 상정한 것도 국민은행이고 행장승인을 받은 사안인데 외국계 기업의 편지한통에 이를 막판에 뒤집은 겁니다. 결국 행내 기획과 IT본부의 업무처리를 신뢰하지 않은 것입니다.

경영진측은 뒤늦게 프로젝트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이사회에서 한국IBM을 포함한 재입찰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민은행은 즉각 내부 감사에 나섰다고합니다. 그 결과 "리호스팅 방식으로 벤치마크테스트(BMT)한 결과 서버에 치명적인 결함에 발견돼 고객대출금리가 잘못산출되거나 일부 전산시스템이 누락되는등 에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참고로 메인프레임에서 유닉스로 전환하는 방식은 크게 빅뱅(big bang)과 리호스팅(re-hosting)방식이 있습니다. 빅뱅은 말그대로 한번에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코어뱅킹시스템)까지 완전히 새롭게 개발하는 것을 말합니다. 반면 리호스팅은 빅뱅방식의 실패시 위험성이 큰 만큼 기존 메인프레임에서 사용되던 소프트웨어의 경우 일종의 번역기를 붙여서 기존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입니다. 개발 시간과 비용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어 최근 인기입니다.

국민은행 경영진측은 리호스팅시스템에대한 벤치마크테스트(BMT) 테스트 결과, 심각한 문제가 드러난 만큼 재검토를 해야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IT전문가들은 이에대해 "IT 프로젝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주장"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메인프레임에서 가동되던 뱅킹시스템을 유닉스로 리호스팅하게되면 당연히 100% 똑같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면서 "테스트와 추가 개발과정에서 맞지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오류와 원인을 찾아 바로잡는 게 BMT를 실시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종시스템을 연계하는 리호스팅 방식으로 추진할때는 당연히 오류가 있는데 이는 IT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종의 상식과 같다는 겁니다. 이를 문제삼아 빅뱅방식으로 다시 바꾸게된다면 현재 시점에서 비용과 시간이 크게 늘어나 기존 2015년 계약만료 시점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게다가 올초 진행된 BMT에는 유닉스기반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는 업체들이 수억에서 수십억원씩 자기 비용을 부담하면서 진행한 것인데, 국민은행이 IBM의 메인프레임을 포함해 원점에서 프로젝트를 다시 검토하는 것은 상도의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고합니다. 한 업체관계자는 "IBM(메인프레임)이 참여한다면 애초에 BMT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표했습니다. 엉뚱하게도 다른 IT기업과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보게된 겁니다. 국민은행 경영진들의 행보에 납득이 가지않는 이유입니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알려진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 /사진=한국IBM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알려진 셜리 위 추이 한국IBM 대표. /사진=한국IBM

물론 국민은행 경영진은 유닉스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관여한 은행내 실무본부의 보고서에서 유닉스의 비용산정이 일부 누락돼 축소됐고, KB금융지주 및 은행 내 일부 인사가 부적절하게 개입한 정황이 있다는 내용의 감사 보고서를 추가로 제출했다고 합니다. 이 주장의 진위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사실여부에 따라 또다른 후폭풍이 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한국IBM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더라도 이득을 보게됐습니다. 만약 유닉스 전환이 무산되면 메인프레임을 유지할 수 있게되고 유닉스 전환이 추진되더라도 일정지연이 불가피한만큼 국민은행과 기존 메인프레임 서비스유지를 위한 연장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각에서는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힘겨루기가 이 사안의 본질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기업 내부에서 해결되어야할 의사결정의 불협화음이 외부의 문제로 볼썽사납게 확대된 것은 본질적으로 이같은 내부의 정치적 구도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인데 충분히 수긍이 가는 대목입니다.

어찌됐건 이번 사건은 이미 꼬일대로 꼬여 해결이 난망해 보입니다. 결국 어느쪽이던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게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잊지 말아야할 것은 고객사를 기만하고 사태를 촉발시킨 한국IBM에 대해, 결과와 무관하게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IBM의 분탕질에 한국 대표은행인 KB가 놀아난 셈"이라는 한 IT업계 인사의 발언을 그냥 넘길 수 없어 보입니다.

조성훈
조성훈 search@mt.co.kr

조성훈 산업2부 차장. 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그러면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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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jeonghj21  | 2014.06.02 14:54

IBM이야 '시간은 우리편' 이라는 영업전략으로 질질 끌다 마지막 한방을 먹인것 뿐이고 거기에 놀아난 후진적인 KB의 조직문화가 문제인거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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