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9년차…' 누적수익률은 아무도 몰라?'

퇴직연금이 도입 9년차를 맞았지만 사업자 선택의 기본적인 판단 기준인 사업자별 장기누적 수익률이 공시되지 않아 가입자의 선택권이 침해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연초부터 장기누적 수익률 비교 공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수익률 공시는 아직도 답보 상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는 각 업권의 사업자별 단기 수익률을 각 협회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다. 그나마 직전 분기와 직전 연도 수익률만 공개된다. 퇴직연금은 길게는 30여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투자 상품인데 1년이하 단기 수익률만으로는 어떤 사업자의 운용성과가 뛰어난지 파악하는데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금감원의 퇴직연금 비교 공시 사이트에는 각 협회의 수익률 공시 페이지에 연결되도록 링크만 걸어두고 있어 한 곳에서 모든 사업자의 수익률을 비교할 수가 없다.
한 퇴직연금업계 관계자는 "수익률은 가입자들이 퇴직연금 사업자의 역량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인데 가입자가 이를 제대로 비교할 수 없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했다.
퇴직연금 사업자를 감독하는 금감원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3, 5, 7년치 누적수익률을 비교 공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금감원이 직접 나선 것은 장기 수익률은 단기 수익률과 달리 사업자의 데이터를 검증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연금 장기 수익률 공시 작업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초부터 은행과 보험, 증권 등 업권별 사업자들의 퇴직연금 적립금 기록과 수익률 데이터를 축적해 누적 수익률을 산출하고 있지만 가입자가 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다 매일 적립금의 입출입이 이어져 수익률을 정확히 추적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장기 수익률 계산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퇴직연금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익률 공식이 복잡하고 정확성 논란이 있는 것은 어느 금융상품이나 마찬가지인데 결국 의사 결정의 문제가 아니겠느냐"라며 "장기 수익률이 공개되면 은행과 보험사의 반발이 커질 수 있어 금감원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퇴직연금 적립액 85조원 중 은행과 보험사의 점유율은 각각 51.5%와 31.4%로 압도적이고 증권은 16.7%로 낮다. 반면 장기 수익률은 증권이 상대적으로 높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업권별 퇴직연금 사업시작이후 누적 수익률.(2013년말기준) 이는 개별사업자들의 공시데이터를 바탕으로한 것으로 실제 수익률과는 다소 오차가 있다. 금감원은 사업자의 입출금 데이터를 반영한 장기누적수익률을 산출하고 있다. <자료=머니투데이, 퇴직연금 업계>

실제 머니투데이가 지난 2월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의 연간 수익률 데이터를 바탕으로 퇴직연금 사업이 시작된 이후 누적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DC(확정기여)형 기준으로 증권사가 48.31%로 은행(40.47%), 손보사(37.21%), 생보사(38.88%)를 제쳤다.

한편, 장기누적 수익률이 공개되면 퇴직연금 제도 개선책의 하나로 검토되는 '디폴트 제도'와 맞물려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디폴트 제도는 근로자가 별도로 운용을 지시하지 않으면, 즉 상품을 선택하지 않으면 사업자가 알아서 최적의 상품을 선택해 주는 방식인데 이 경우 수익률 관리에 대한 사업자의 부담이 커지고 성과에 따라 사업자 교체도 활발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