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션 상장, 고속도로 탄 현대차 승계

현대·기아차그룹 정의선 부회장이 5000억원 이상의 이노션 지분 매각금으로 현대모비스 (219,000원 ▼2,000 -0.90%)와 기아자동차 지분을 확보해 본격적인 승계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SDS 상장으로 승계 자금과 상속세 등을 마련하고 있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에 이어 국내 2대 대기업인 현대·기아차도 3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그룹의 광고계열사인 이노션은 최근 향후 1년 내 IPO(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용역제안서를 발송했다. 이노션은 최근 지분 매매계약을 맺은 재무적 투자자들과 2016년 이전에 IPO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일찍 상장 작업에 나선 것이다.

이노션의 IPO는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10% 지분을 구주매출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노션 지분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몽구 회장이 20%, 정의선 부회장이 40%, 정성이 고문이 40%를 보유했으나 정몽구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재단에 출연하고 정의선 부회장이 30% 지분을 매각하면서 현대차 오너일가 지분 50%와 외부 재단 및 재무적 투자자 50% 형태로 분산됐다.


현대·기아차 승계권자인 정의선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 30%를 재무적 투자자들에 매각해 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이어 상장 과정에서 나머지 10%를 구주매출 형태로 팔아 최소 15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노션의 매출은 지난해 6563억원으로 집계됐고 올해는 7000억원 이상으로 기대된다. 이노션의 내년 기업가치는 1조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정몽구 회장의 유일한 아들로 장자 상속이 원칙인 현대·기아차그룹의 유일한 승계 적자다. 그러나 정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자동차 지분이 1%에도 미치지 않아 향후 승계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의선 부회장이 이런 배경에서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하거나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184,000원 ▼100 -0.05%) 지분을 맞교환하는 등의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선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한 후에 지주사로 전환하는 등 다소 공격적인 방안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가 승계에 거론되는 이유는 정의선 부회장이 순환출자 고리에 포함되지 않는 이 회사 지분 31.8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12조8613억원의 매출과 636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현대글로비스는 설립된지 14년만에 세계 7대사로 성장했다. 상장사인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11조3000억원에 달한다. 정의선 부회장이 가진 지분의 가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하면 5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5조원대 지분과 약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의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거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계열사인 기아차 (122,400원 ▼100 -0.08%)와 현대제철 등의 지분을 추가로 더 사모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기아차그룹과 정의선 부회장이 어떤 전략을 취하든 이노션의 IPO 결정으로 3세 승계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부회장은 주력인 현대·기아차그룹을 도맡고 첫째누나인 정성이 고문은 이노션 최대주주로 남아 광고 계열사를 물려받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둘째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은 남편인 정태영 현대캐피탈 사장과 함께 금융 사업부문 일부를 물려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의 셋째 누나인 정윤이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전무는 호텔 부문을 관할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