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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므파탈 AI로봇 꾐에 빠진 인간…"그건 사랑이었다"

[팝콘 사이언스-63]KIST 임윤섭 이학박사 동행…인공지능 '가능하거나 아니거나'

류준영의 팝콘 사이언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입력 : 2015.01.24 12:00|조회 : 9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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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나 TV 속에는 숨겨진 과학원리가 많다. 제작 자체에 디지털 기술이 활용되는 것은 물론 스토리 전개에도 과학이 뒷받침돼야한다. 한번쯤은 '저 기술이 진짜 가능해'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을터. 영화·TV속 과학기술은 현실에서 실제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상용화는 돼있나. 영화·TV에 숨어있는 과학이야기. 국내외 과학기술 관련 연구동향과 시사점을 함께 확인해보자.
*이 기사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의 영화 '그녀'(Her)의 확장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작이 나왔다. 관객에게 던진 물음도 동일하다. ‘인간과 기계와의 사랑을 어떻게 생각하나’.

'엑스 마키나'의 AI로봇 에이바/사진=UPI KOREA
'엑스 마키나'의 AI로봇 에이바/사진=UPI KOREA
다만, 이번에는 상대가 달랐다. 'her'은 실체가 없었지만, 이번에는 야리야리한 체형에 어여쁜 미모를 갖춘 여성 인조인간이 새롭게 등장한다. 완벽할 정도로 인간에 가까워 원한다면 육체적인 관계도 가능하다. 호감을 끌기 위해 청순한 스타일의 원피스를 입고, 대화도 잘 통한다. 그녀를 만난 당신은 그렇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나?

'인간성'과 향후 존재할 수도 있는 '로봇성'의 경계를 규정하고자 했던 영화 '엑스 마키나' 가 22일 개봉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전세계 시장점유율 90%를 차지한 검색엔진 회사 블루북에서 근무중인 유능한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은 사내 이벤트 1등에 당첨돼 사장인 네이든(오스카 아이삭)의 저택에서 7일간 함께 생활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부호들만의 호화로운 생활을 꿈꾸며 갔던 칼렙은 외딴 섬에 위치한 비밀 연구소에서 네이든으로부터 이색적인 제안을 받게 된다.

"에이바의 인격과 감정이 진짜인지 아니면 프로그래밍 된 것인지 밝히는 테스트에 참여하겠어".

호기심에 그만 서명을 하고 만 칼렙은 놀라운 광경을 마주하게 된다. 지능·감성 모두 지닌 지금껏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로봇 중 가장 완벽에 가까운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만난 것이다. 칼렙은 이 테스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된다.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무릎 꿇은 로봇, 의자에 앉아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인간, 지금까지 건물을 부수고, 종처럼 부리던 로봇 소재 영화와 달리 가장 동등한 높이의 시선에서 인간과 로봇이 서로 눈을 맞춘다. 어느날 연구실이 정전 되자 비상등이 켜지고 네이든이 둘(칼렙, 에이바)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설치한 CCTV도 가동이 중단된다. 이때 로봇은 의외의 말을 던진다 "네이든을 믿지마".
엑스 마키나의 한장면/사진=UPI KOREA
엑스 마키나의 한장면/사진=UPI KOREA

칼렙은 시험을 거듭할수록 에이바에게 끌리고, 자신의 존재를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의심 속에 빠져든다. 급기야 칼렙은 네이든을 연구실에 가둬두고 그녀를 연구실에서 탈출시키는 작전을 꾸민다.

(사진 왼쪽부터)류준영 기자, 임윤섭 박사, 영화관람전 인증 셀카를 함께 찍었다
(사진 왼쪽부터)류준영 기자, 임윤섭 박사, 영화관람전 인증 셀카를 함께 찍었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은 관객들이 칼렙을 통해 인공지능 로봇과 똑같은 눈높이에서 108분간 얘기해 보라고 말해요. 그런 동안 어느새 자신이 에이바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죠. 그것이 이 영화의 포인트에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바이오닉스연구단 임윤섭 박사는 '엑스 마키나' 총평을 이렇게 내렸다. 임 박사와 개봉일 첫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한 멀티플렉스극장에서 이 영화를 함께 본 후 '영화 속 과학' 얘기를 나눴다.

-영화 어떻게 봤나.
▶제작진이 영화 준비 단계부터 잘 알아보고 만든 것 같다. 인공지능 연구에 대한 접근법이 현실에 방식과 맞아 떨어진다. 극상에서 개발자 네이든과 프로그래머 칼렙이 7일간 매일 빠지지 않고 대화를 나누며 테스트 방법을 논의한다. 칼렙이 이런저런 방법론을 얘기하자 네이든은 "그런 것 말고, 가장 기본적인 것에서 생각해서 가장 기본적인 실험을 통해 가장 확실한 답을 얻으면 된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대부분 과학자들이 네이든 말을 원칙처럼 여기고 연구를 진행한다.

어떤 연구든 복잡한 성향을 띄기 마련이다. 이를 심플(Simple, 단순한)하게 해야 명료한 답을 얻을 수 있다. 감독과 작가의 재량에 따라 AI를 소재한 이 영화는 지금보다 더 복잡하게 풀어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감독은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을 네이든 연구에 참여한 '제3의 연구자'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극의 전개를 무척 간단하게 이어가며 어떤 결론에 이를지 흥미롭게 전개해 나갔다.
네이든이 젤 타입의 뇌를 칼렙에게 들어보이고 있다/사진=UPI KOREA
네이든이 젤 타입의 뇌를 칼렙에게 들어보이고 있다/사진=UPI KOREA

-젤 타입의 '뇌 하드웨어'를 탑재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속에 떠 있는 인간의 뇌 형태를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AI 로봇 개발에서 이 같은 시도가 있나.
▶어디까지나 영화가 만든 설정일 뿐이다. 그런대 이렇게 생각해보자. 인간은 공간적으로 사물을 볼 수 있고, 컴퓨터는 2차원적으로 사물을 해석할 수 있다. 인간은 사물을 볼 때 전체를 보지만, 컴퓨터는 부분부분 요소만을 본다. 어떤 연관성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과 컴퓨터의 뇌는 정보를 처리하는 매카니즘이 다르다.

다만, 컴퓨터는 다양한 데이터와 연산을 빠른 속도로 받고 처리할 수 있다. 이 같은 컴퓨터 능력에 인간의 능력이 합쳐지면 강한 지능이 완성될 것이다. 영화에선 이런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이동통신사 네트워크를 해킹해 데이터를 모두 넣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빅데이터를 저장하고 해석해야 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뇌는 젤 타입 형태가 적절하지 않겠나라는 식의 접근인데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팜므파탈 AI로봇 꾐에 빠진 인간…"그건 사랑이었다"
-에이바가 칼렙에게 퀴즈를 내고 답을 듣는 장면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나 막상 질문 패턴을 보면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끌어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AI 로봇에게서 가능한 영역인가. 또 에이바는 칼렙 표정만으로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구별한다.

▶현 시점에서 가능도 불가능도 단정짓긴 힘들다. 축척된 데이터를 통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 러닝' 기술이 새롭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칼렙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말인지를 판단할 경계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만일 칼렙이 얼굴에 가려운 곳이 생겨 얼굴 근육이 미세하게 움직였다면, 이를 거짓말을 했다고 판단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혀 고려치 않았던 특징이 나타나면 머신러닝 시스템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인간의 지능은 갖가지 상황에 노출됐을 때 빠르게 적응해 정보를 처리하지만, 머신러닝 기술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예측 못했던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배제한 채 학습된 인공지능 시스템은 판단 오류를 일으킬 수 밖에 없다.

또 원하는 답을 이끌어 내기 위해 에이바가 속사포처럼 던지는 질문들, 다시 말해 AI 로봇이 어떤 의도를 품고 목표한 대상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는 영화속 주인공들의 오고 가는 대화 정도로 간주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이를 구현한다고 치면 대단한 것이다.

현재 음성인식, 자연어처리 기술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상대방이 던진 대답의 문맥에 맞춰 또 다른 질문을 연이어 던질 수 있는 능력은 더 많은 연구 진척이 이뤄질 때 가능한 얘기이다. 텍스트를 직접 입력해 문맥을 이해하게 만드는 수준의 IBM의 ‘왓슨’을 머신러닝의 현 기술 수준을 대변하는 예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네이든이 칼렙과 에이바의 대화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모습/사진=UPI KOREA
네이든이 칼렙과 에이바의 대화장면을 훔쳐보고 있는 모습/사진=UPI KOREA

-에이바는 각기 다른 옷을 입으며 칼렙의 관심을 이끈다. 일종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그림도 그린다. 미(美)를 추구하고, 예술을 추구하는 행위는 인공지능이 발달됐다고 하더라도 오직 인간만이 가능하다고 들었는데 아닌 것인가.
▶에에바가 그린 그림은 정형화된 틀에 맞춰 그려진 것이다. 추상적인 그림을 그리라면 못했을 것이다.

-이전에도 AI 로봇에 대한 영화가 있어왔다. 영화는 가까운 미래에 확보하게 될 기술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AI 로봇의 능력은 무엇이었나.
▶에이바는 칼렙에게 감정이입을 하는 느낌을 안겨줬다. 즉, 에이바의 마음을 칼렙이 받아들여 서로 통한다고 느낀 것이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포인트이다. 에이바처럼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로봇 개발은 현재도 이뤄지고 있다. 사람이 자연스럽게 로봇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질환치료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 미야키대학은 로봇 키폰(Keepon)의 신체율동을 활용해 자폐증 아이들의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류준영
류준영 joon@mt.co.kr twitter facebook

※미래부 ICT·과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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