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배 빠른 LTE? 그러든지 말든지, 난 2G 쓴다…왜냐고요?

LG전자 와인폰4/사진제공=LG전자

#'영화 한 편 다운로드에 28초'

전용 단말기 출시로 LTE(롱텀에볼루션)보다 4배 빠른 '3밴드 LTE-A'가 본격화 됐다. 이론상 영화 한 편(1GB)을 다운로드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28초. 나아가 이동통신사들은 '5세대(G)' 기술 선점 경쟁을 시작했다. 5G가 상용화 되면 무선에서도 기가급 속도가 가능해진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영화 한 편 다운로드에 걸리는 시간은 10초 내외로 줄어든다.


하지만 "더 빠르게 또는 가장 빠르게"란 속도 경쟁에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2G폰 사용자들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2G를 사용하는 사람은 633만명,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11%를 차지한다. 10명 중 1명은 아직 2G를 사용한다는 이야기다.

3G는 피처폰과 스마트폰 중 선택이 가능하지만 2G는 오로지 '피처폰'만 사용할 수 있다. 2G폰은 보통 음성통화와 문자 서비스를 제외한 인터넷 사이트 검색, 스마트뱅킹, 모바일 쇼핑,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커뮤니티, 음악 감상, TV 시청 등의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중장년층 뿐 아니라 한창 사회활동을 하는 30~40대 중에서도 2G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이 있다.

◇휴대폰 월 요금 2만원 내외…"산 등에서 통화품질 LTE 앞서"


올해로 기자 생활 13년차인 이씨(가명 남·38)는 군대를 다녀온 이후 줄곧 현재 '019 '번호를 사용해왔다. 현재 단말기는 폴더폰인 애니콜 OZ폰, 4년 전에 중고로 구입했다. 이씨가 2G폰만 사용한 것은 아니다. 지난 2010년 팬택이 처음으로 내놓은 스마트폰인 '시리우스'를 보조폰으로 구입했었다. 하지만 통화품질을 비롯해 생각보다 만족감이 낮아 2년 약정 기간 후에 바로 해지 했다고 한다.

"산에 다니는 걸 너무 좋아하는데 당시 스마트폰은 송수신이 안 되는 지역이 너무 많았어요. 통화할 때 음질도 안 좋았고 요. 산에서는 2G가 최고인 거 같아요."

이씨는 당시 스마트폰을 없애는 대신 태블릿PC를 구입했다. 기자라는 직업상 메일 확인, 기사 검색 등을 해야 할 때가 있어서다. "경우에 따라 태블릿 PC를 들고 다녀야 하지만 그 외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습니다. 휴대폰의 크기가 작아서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것도 맘에 들어요."

2G·3G 폴더폰 '삼성 마스터'/사진제공=삼성전자

취재 때문에 통화량이 많지만 휴대폰의 월 요금은 2만원 내외. 태블릿PC 요금을 포함하면 월 5만~6만원 내외면 충분하다. 태블릿 PC를 사용하기 전에는 월 2만원 안팎에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고가의 스마트폰 구입비가 안 들어 좋다고 했다. 최신 스마트폰은 100만원 내외, 최대 지원금을 받아도 70만원. 2년 마다 휴대폰을 바꿀 경우 10년 동안 약 350만원의 돈이 든다. 한국인의 평균 휴대폰 교체 주기는 약 16개월로 이보다 더 짧다.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고씨(가명 여·29)도 중학교 1학년 때부터 '019'번호를 사용했다. 휴대폰을 처음 개통한 뒤 전화번호와 통신사 모두 그대로다. 현재 사용하는 단말기는 LG전자의 와인폰 4다. 월 통신요금은 '2만원' 정도 나온다.

고씨도 필요에 따라 태블릿PC를 보완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해외에서 로밍이 안 된다는 점, 아이패드를 들고 다녀야 하는 점은 불편하다"고 했다. 하지만 "로밍도 해외서도 '포켓 와이파이'를 준비해서 아이패드를 이용하면 별 문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800명 내외 고객 관리 문제 NO"…스마트폰 볼 시간에 독서·사색 즐긴다

보험 영업을 하는 윤씨(남·47)가 2G를 고집하는 주된 이유는 번호 때문이다. 그는 "영업을 하다 보니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기존 번호인 '011'를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2G 고객들만 011, 017, 019 등의 번호를 유지할 수 있다. 3G와 LTE 이용자는 모두 010으로 바꿔야 한다.

800명 안팎의 고객을 관리하지만 그는 2G로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그는 "휴대폰이 고장도 자주 안 나고, 통화 연결도 바로 바로, 음질도 좋고 오히려 영업하기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동할 때 메일 확인 등을 못하는 점이 불편한데, 그럴 땐 태블릿 PC를 활용하거나 아니면 굳이 그 때 확인을 안 해도 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했다. 고객 관리와 응대를 위해 통화량이 엄청나지만 월 통신 요금은 6만원 내외다.

이들은 '5G' 시대가 와도 '2G'를 유지하겠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어디서든 송수신 잘 되고 저렴한 통화료를 장점으로 꼽았다. 가령 LTE 이용자보다 한 달에 2만원이 저렴해도 1년에 24만원, 10년이면 240만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단말 구입비용을 고려하면 10년 동안 약 500만~600만원이 절약된다. 밧데리 수명이 길고 스미싱 등의 신종 모바일 사기 피해가 없는 점, 특히 10년 전부터 사용해온 번호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들이 '2G'을 고집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마트)폰'에 과다한 시간을 쏟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보면 사람들이 하나같이 스마트폰만 보고 있어요. 사람을 만날 때도 그러더군요. 그런 모습이 싫었습니다." 이 때문에 기자인 이씨는 사람을 만날 때 휴대폰을 아예 테이블 위에 두지 않는다고 했다. 고씨 역시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시간에 책을 읽는다거나 사색을 한다고 했다. 물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수 있지만 그것과는 또 다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좋은 점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새로운 산업이 생겨나고 긍정적인 점도 참 많습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유용한 서비스를 이용하면 좋고요. 다만 다른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또 최신 휴대폰을 산다고 다 따라 갈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본인한테 가장 좋을 것을 찾고, 이용하면 되죠. 개인적으로는 2G 단말이 많지 않다는 게 아쉽습니다." 이씨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