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號'의 등장, 은행권 변화 시발점될까?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은행들의 수익 전략이 바뀌고 있다. 전통적 수익원인 예대 마진에 목을 메던 영업형태에서 벗어나 고객 자산운용을 통한 수익추구 등 새로운 수익모델발굴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것.

최근 은행들 가운데 이러한 흐름을 주도하는 곳을 꼽자면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초저금리가 장기화되고 금융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자 새로운 먹거리 마련을 위해 직원 평가의 기본틀부터 바꾸는 등 전방위적 은행 영업 환경 혁신에 돌입했다. 이 같은 시도는 향후 은행권이 어디로 움직일지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조용병 신임 행장 내정 이후 전통적 은행업무에서 탈피하려는 극적 패러다임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일 은행권 최초로 고객 자산의 투자수익률을 전 직원 평가에 반영키로 하면서, 예·적금, 펀드, 신탁 등 고객이 가입한 모든 상품의 종합 수익률을 측정할 수 있는 '고객자산 성과분석 시스템'을 선보인 것.

이는 은행 직원들이 예금과 대출을 많이 유치하는 기존 은행수익모델로는 더 이상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신 고객들에게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고객에게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안겨줬는지를 직원을 평가하는 기본 틀로 삼겠다는 것. 은행의 영업모델의 근본적 변화인 셈이다.

신한은행은 이와 함께 산업위기 예측시스템 발명 특허를 취득하는 등 수익과 연계된 새로운 시도에도 나섰다. 위기에 대한 사전 예측력을 키워 미리 대비를 통해 은행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다. 이 같은 선제적 대응에 나설 경우 고객자산에 대한 안정성도 높아질 수 있다.


CEO 선임에서도 변화의 기운은 느껴진다. 신한은행 글로벌 부문을 책임졌고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까지 역임한 조용병 행장을 내정한 것도 향후 은행 모델의 획기적 변화를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산운용과 글로벌부문은 향후 은행의 새 수익원 창출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라며 "이 분야를 두루 경험한 조 행장 부임은 향후 은행 수익모델 구조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간 경쟁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신한은행이 먼저 움직인 계기로 풀이된다.

다른 은행들도 고민은 비슷하다. 김주하 NH농협은행장도 기자와 만나 "초저금리 시대 수익률 저하로 기존 은행 업무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며 "고객 자산관리 등을 통한 다양한 수익모델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농협은행도 최근 직원평가에서 재무성과 배점을 크게 확대하는 등 고객 수익률을 더 크게 반영키로 했다. 시중은행들도 고객 수익률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의 수익모델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 전통적 은행업무에 익숙한 은행원들에 대한 전면적 재교육 투자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여전한 걸림돌로 풀이된다.

고객자산관리에 강점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 SC은행 고위관계자는 "글로벌 은행들은 이미 예전부터 예대마진에서 탈피해 다양한 상품 포트폴리오로 고객의 수익률을 관리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해왔다"며 "시중은행들의 이 같은 변화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 것이다. 앞으로 은행에서 수익 창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