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던 '제재심' 절차 확 바꿔 공정성 높인다

7월부터 금융당국의 금융회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심의 절차가 확 달라진다. 제재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민간 제재심의위원이 6명에서 12명으로 확대돼 명단이 공개되고 제재 대상자가 제재심 위원을 제척할 수 있는 기피제도도 도입된다.

30일 금융당국에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 개편 작업을 마무리하고 7월 첫번째 제재심부터 이를 적용키로 했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이 검사를 통해 적발한 금융회사 및 임직원의 위규 사항을 심의해 적절한 수위의 제재를 내리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다. 지난해 KB금융 사태 당시 제재심의 경징계 결정을 금감원장이 중징계로 번복하면서 제재심의 위상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우선 당연직 위원 3명(금감원 수석부원장, 금감원 법률자문관, 금융위 담당국장)과 민간위원 6명으로 구성돼 있는 제재심의위원 중 민간위원이 12명으로 늘어난다. 금감원장은 매 제재심마다 12명의 풀(pool) 중에서 6명을 지명하게 된다.

민간 제재심 위원의 자격 기준은 각 분야 5년 이상 경력자에서 10년 이상 경력자로 강화되고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도 포함된다.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금융위 담당국장에는 금융정보분석원(FIU) 담당실장도 추가돼 FIU 업무와 관련된 제재시에는 제재심에 참석하게 된다.

특히 그동안 비공개였던 제재심 위원 명단은 모두 공개된다. 사실상 명단을 알려고 하면 알 수 있어 비공개 원칙의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공개하되 매 제재심마다 변경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재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각각 3명씩 추가 추천해 임명절차가 진행 중으로 조만간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 추천된 위원들에는 왕상한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대규 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정다미 명지대 경영학 교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대상자가 불공정한 심의를 할 우려가 있는 제재심 위원의 배제를 직접 신청할 수 있는 기피제도도 도입된다. 제재대상자가 특정 위원의 배제를 요청하면 제재심의위원장은 이를 검토해 기피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또 제재심 민간위원이 심의내용을 누설하거나 이용할 경우에는 해촉할 수 있도록 해 위원들의 비밀유지 의무를 강화했다.

매월 첫째, 셋째 목요일에 열리는 정기 제재심 외에 임시 제재심을 개최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제재 대상자가 많고 쟁점이 많은 경우 정기 제재심만으로는 결론을 내리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KB금융 사태의 경우 제재심만 6차례 개최되면서 결론까지 2개월이 걸린 바 있다. 이와 함께 제재심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임직원 주의'만 있는 제재 안건은 심의를 생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기관주의 및 조치의뢰도 사전통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기관주의도 누적되면 기관경고로 가중될 수 있는 만큼 제재대상자의 권익보호와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월 발표한 제재심의위원회 개선방안의 후속조치가 마무리돼 7월 제재심부터 적용할 예정"이라며 "제재심의 공정성과 객관성이 제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와 별도로 오는 9월부터는 사전통지 시 위규 행위사실, 근거법규, 제재 예정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통보하고 안건·참고자료에 대한 열람권 등을 보장하는 반론권 강화, 금융기관 M&A시 기관제재 누적가중제도 개선 등도 추가로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