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상한제' 때문에 폰 안팔린다? '어찌하오리까'

국내 휴대폰 시장 추이 /디자이너=유정수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 시행되면서 국산 휴대폰 산업 경쟁력이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출시 후 15개월이 경과되지 않은 휴대폰에 대한 지원금을 일정금액 이상 넘지 않도록 못 박은 '지원금 상한선' 규정이 논란의 핵심이다.

휴대폰 지원금에 상한선을 둔 이유는 지나친 변동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을 방지하고, 휴대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로 인해 마케팅 경쟁이 제한돼 국내 제조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LG전자는 최근 미래창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단말기유통법에 규정한 보조금 상한선을 폐지해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했다.


그렇다면 지원금 상한선제도가 폐지된다면 단말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지원금 상한선제 폐지 여부를 두고 정부와 통신업계, 제조사가 '갑론을박'을 펼치고 있다.

현재 단말기 유통법에서 규정한 지원금 상한선은 33만원이다. 작년 10월 시행 초기에 30만원으로 정했다가 4월 한차례 인상된 금액이다.


지원금 상한선제가 폐지되면 단기적으로 휴대폰 구매가가 낮아져 위축됐던 단말기 시장이 다소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단말기 산업 경쟁력 확보와 이용자 후생 측면에 도움이 될 것이냐의 여부다.

우선 제조사는 지원금 상한선이 사라지면 이동통신사와 함께 더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가령, 100만원에 육박하는 최신 스마트폰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받을 수 있는 총 지원금 규모도 33만원(대리점 자체지원금 제외)에 불과했다는 것.

정부는 다른 입장이다. 단말기 유통법 취지에 맞게 제조사들이 지원금 확대보다는 휴대폰 출고가를 낮추는 게 우선돼야 한다는 것.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건 지원금 제한 탓이라기보다는 시장변화 영향이 더 크다는 시각이다.

가령, 국내 휴대폰 시장은 지난 2011년을 정점으로 매년 200만대씩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시장 포화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어려워진 데다, 스마트폰 차별화 경쟁도 한계에 봉착하면서 이용자들의 단말기 교체주기가 느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애플 아이폰만 덕을 봤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LG유플러스가 지난해 아이폰 판매 경쟁에 합류했던 게 결정적으로 보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이전부터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금 상한선을 없애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 경쟁이 촉발되는 게 정상적인 시장논리인데, 스마트폰 시장만 예외인 것은 문제 있다"고 지적했다. 상한선 규정을 폐지하기보다는 출고가를 낮추거나 제품 차별화를 더 시도해야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단말기 제조사들은 '출고가 인하'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중저가 단말기의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출고가 인하를 단행해왔지만, 제조사별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탄력적인 출고가 조정에 한계가 있다는 것. 1년 주기로 후속모델이 출시되는 상황에서 아무리 내수시장이라도 출고가를 인하하게 되면 해외 시장에서 차별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사업전략에도 적잖은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애플 역시 아이폰 후속모델이 출시되기 이전 출고가를 낮춘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출고가 변동이 프리미엄폰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향후 후속모델 가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속내도 깔려 있다.

제조사와는 달리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번 지원금을 공시하면 최소 일주일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 또 지원금 변동 폭이 클 경우 이용자들 사이에서 지원금 인상 기대에 따른 대기수요 탓에 휴대폰 교체를 미룰 가능성이 큰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