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업계 가입자 수 늘려? 줄여? 數싸움 본격화

지난 6월부터 시행된 유료방송 합산규제와 관련 사실상 첫 가입자 산정 작업이 시작됐다. 산정 기준 관련 고시도 정해졌지만 여전히 현장 검증 등을 통해 결정될 세부적인 사례들을 두고 각 사마다 손익 계산에 바쁘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료방송업계 사업자들이 지난 7월 기준 가입자 산정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난 2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관보에 '유료방송사업 가입자 수 검증에 관한 고시(제2015-58호)'를 게재하면서다. 치열했던 합산규제법(개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의 입법과정은 마무리됐지만 줄다리기는 끝나지 않았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각자 가입자 산정 작업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시에 따라 사업자들은 9월 말까지 7월 기준 가입자 수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7월부터 6개월 간 가입자 수를 받아 평균을 내서 그것을 향후 6개월간 합산규제 기준으로 삼게 된다.

원칙적으로 계약이 체결된 단말장치(셋톱박스)가 가입자 산정 기준이다. 계약에 의한 무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포함하는 대신 장기 체납 등에 따른 이용 정지 가구는 제외된다. 아파트 등 단체가입자는 가장 최근 갱신된 계약서 상 가입자 수를 기준으로 한다.


가입자 수 산정 기준의 큰 틀은 이렇게 정해졌지만 유료방송업계는 아직 수게임이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미래부는 각 사 자료를 토대로 실무조사도 진행하고 별도로 운영하는 전문심의회를 통해 검증 작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애매모호한 사례들이 많이 발견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예를 들면 '계약서가 6개월 초과해 갱신되지 않은 단체가입자를 대상으로 월 납입금을 서비스 단가로 나눠 가입자 수로 계산한다'고 한 고시 조항은 서비스 단가를 무엇으로 볼 지가 애매할 수 있다. 결합 등으로 할인받은 경우는 어떤 금액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문제다.

세부적인 사례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을 만들어야 하는 각 유료방송 사업자의 머리가 복잡한 이유는 하나 더 있다. 가입자를 너무 줄여도 안되고 늘려도 안되는 그 적정 수준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다.

유료방송 시장 1위 사업자인 KT와 KT스카이라이프의 확장세를 막기 위해서 케이블업계는 '분모'인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를 낮춰야한다. 현재 약 29% 점유율을 기록한 KT 계열이 합산규제 상한선(33%)에 도달하면 신규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가입자 수를 낮추는 것이 상대의 점유율을 높여 규제를 받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가입자 수를 너무 낮출 수 없다. 최대 수익원인 '홈쇼핑 중계 수수료'가 가입자 수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매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탓이다. 매각을 앞두고 있어 기업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면 가입자 수는 더욱 민감한 문제가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분모와 분자 관계를 따져가며 손익 계산서를 세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산정 기준은 이미 정해졌지만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안들을 어떻게 유리하게 만들어갈 지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