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25일까지 처리 안 되면 부모 직접 부담…'대란'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정부와 시·도교육청의 줄다리기 싸움이 해를 넘긴 가운데 오는 25일까지 이와 관련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보육대란'이 현실화 될 전망이다.

4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은 서울과 광주, 전남, 전북, 강원, 세종, 경기 등 6곳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절반도 안되는 지역이지만, 수도권의 유아 수가 다른 시·도와 견줄 경우 압도적으로 많은 만큼 누리과정 예산 중단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는 학부모들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사립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온 가정은 방과후학습비 등에 다소 차이가 있으나, 보통 매월 교육비 22만원(공립 6만원)을 지원받아 왔다. 각 교육지원청이 매달 20~25일 관내 유치원으로 지원금을 바로 내려보내는 방식인데, 이 때까지 누리과정 사태의 매듭을 풀지 못하면 '1월 유치원비'는 학부모들이 전액 납부해야 한다.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보육료 결제 방식이 달라 다음달 20일 전후에 해결점을 찾아야 가정에서 내는 금액이 줄어든다.


한 학부모는 "아이 둘을 자비로 어디든 보내려니 무려 80만원이 넘는다"며 "도대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국가는 남 탓 말고 한 게 뭐가 있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학부모들의 부담도 부담이지만 사립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당장 누리과정 지원이 끊기면 한해 살림살이가 빠듯할 수밖에 없는 만큼 '보육의 질' 자체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립 특성상 지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간식비와 인건비 등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서울 관악구의 한 유치원 원장은 "사립은 지원금을 받지 않고 운영할 수는 없어 긴축재정을 펴야 한다"며 "결국 아이들이 피해를 볼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교육감들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정부는 여전히 "보육대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교육감에게 있다"고 거듭 경고했다.

교육부는 △교부금·지방세 증가 △교원 명예퇴직 수요 감소 △지방채 발행 승인 △국고예비비 3000억원 지원 등 올해 지방교육재정 여건이 예년보다 개선됨에 따라 시·도교육청에서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당국은 지난해 12월 29일 교육부의 재의요구 요청을 받은 서울과 광주, 전남 등 3개 교육청이 이를 따르지 않으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대법원에 직접 제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에 가능한 모든 법적·행정적·재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지원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감들은 "무상보육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만큼 재정 상황이 열악한 시·도교육청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반발하는 등 대통령의 명확한 입장표명을 촉구하고 있어 보육대란이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