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트라우마?…중견기업 경영권 승계에도 확산

국내 원전계측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우진의 창업자인 이성범 우진 회장이 지분 대부분을 두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 승계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에 한 발 더 앞서 있던 차남 이재상 우진 통합운영실 상무에게 증여한 지분 일부를 증여 취소한 후 장남 이재원 우진재팬 대표이사에게 넘겼다. 일각에서는 장, 차남 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회사 측에서는 "분쟁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우진 (9,550원 ▼510 -5.07%)은 기존 최대주주였던 이재상 상무의 지분이 470만354주(27.08%)에서 386만1746주(22.25%)로 줄어들고 이재원 대표의 지분이 4만800주(0.24%)에서 386만1746주(22.25%)로 늘어 공동 최대주주가 됐다고 20일 밝혔다.

이성범 회장이 앞서 차남인 이재상 상무에게 증여했던 지분 420만주 가운데 183만5504주를 되돌려받고 기존 보유 지분을 더해 367만7842주를 장남인 이재원 대표에게 증여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재상 상무가 보유지분 가운데 14만3104주를 이재원대표에게 시간외매매로 매각했다.

우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회사 지분을 장, 차남에게 공평하게 나눠주기 위해 증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형제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성범 회장이 이재상 상무에게 24.2% 지분을 물려준 지 불과 한 달만에 이를 취소한 것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며 경영 수업을 받아왔던 이재상 상무가 회사를 물려받을 것이란 예상이었지만 이재원 대표가 이에 대해 반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성범 회장 역시 형제간 다툼이 될 것을 우려해 똑같이 지분을 나눠주되 남아있는 이 회장의 지분으로 향후 능력있는 자식에게 경영권을 물려준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증여를 마무리하고도 이성범 회장은 지분 5%(86만8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지난해 롯데가 형제들의 경영권 분쟁을 보고 지분 승계를 결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우진은 전문경영인인 유제현 대표이사가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며 장, 차남이 공동 최대주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차후 경영 분쟁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창업자인 이 회장의 영향력이 절대적인데다 현 대표 역시 10년 넘게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어 당분간은 이같은 구도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증여 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주가가 재평가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회사 쪽에서 신사업이나 자산 재평가 등 주가를 움직일 수 있는 이벤트 등을 지분 정리 이후로 미뤄왔던 부분이 있다"며 "앞으로 주가 부양과 관련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 설립된 우진은 원전용 계측기 전문업체로 국내 원전계측기 시장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다. 당초 외국업체가 장악하고 있던 원전용 계측기를 국내에서 처음 개발해 교체용이나 신규 원전 공급 물량을 대부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