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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과학]변곡점을 지나며

"21세기 변화를 받아들이고, 즐기는 삶이 어울리는 시절"

맛있는 과학 머니투데이 이명현 과학저술가·천문학자 |입력 : 2016.02.19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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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파 이미지/사진=스미소니언닷컴
중력파 이미지/사진=스미소니언닷컴

드디어 중력파가 발견되었다. '드디어'라고 쓴 이유는 과학자들이라면 대부분 중력파가 언젠가는 발견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 문제였다. 개인적으로는 생각보다 좀 빨리 발견된 느낌이다.

레이저간섭중력파관측소(LIGO, 라이고)의 성능을 높이자마자 블랙홀 충돌이라는 이벤트가 찾아와준 운이 많이 작용했다. 물론 운을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 과학자들의 끈기가 없었더라면 운이 찾아왔어도 놓쳤을 것이다.

새로운 과학의 창이 열리는 것을 목격한다는 것이 이렇게 벅찰 줄은 몰랐다. 전자기파의 시대에서 중력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다음 달이 되면 이세돌 9단이 구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알파고’와 서울에서 대국을 한다. 내가 살고 있는 내 고향 서울에서 인류 역사의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사건이 벌어진다니 흥분된다. 인류에게도 이정표가 될 역사지만 인공지능의 관점에서 봐도 어떤 임계국면을 넘어가는 중요한 순간일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유전자 속에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있다고 한다. 지금이야말로 미래의 인공지능 종족 속에 인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거의 마지막 기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구의 모든 종이 그랬듯이 인류도 멸종할 것으로 생각한다. 진화해서 다른 종으로의 삶을 이어갈 수도 있지만,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런 낭만적인 낙관론을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왜 그래야 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겠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흔적을 미래 인공지능 종에게 남기려면 인공지능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대립구도가 아니라 공생의 관점에서 말이다.

개인적으로도 변곡점을 지나가고 있다. 얼마 전 과학소설을 쓰는 김창규 작가가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소백산천문대에서 한 달 동안 지내고 돌아왔다. 몇 년째 과학자들과 문화예술가들이 2박 3일 동안 소백산천문대에 모여서 교류하는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늘 작가들이 천문대에 일정 기간 상주하면서 연구원들과 어울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그 오랜 꿈이 드디어 이뤄진 것이다. 며칠 후면 웹툰을 그리는 최소윤 작가가 두 번째 소백산천문대 상주작가로 천문대로 올라간다.

소백산천문대에서는 상주작가들에게 명예천문대원 자격을 부여할 계획이다. 천문대원인 만큼 언제든 원할 때 천문대를 방문할 수 있는 자격도 준다고 한다.
살다보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음치 박치인 내가 음원을 출시했다.

유튜브에 뮤직비디오도 올린 사건이 벌어졌다. 밸렌타인데이를 맞이해서 과학자 12명이 모여서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찍어서 ‘엔트로피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것이다. 놀라운 과학기술의 도움으로 나 같은 음치의 노래도 듣기에 너무 거북하지는 않을 정도로 마스터링 돼 나왔다. 비록 짧게 한 소절을 부른 것이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작가들은 천문대로 달려가고 과학자들은 직접 노래를 불러서
세상에 내놓는 모습. 내가 꿈꾸던 과학문화 시대의 한 단면이다.

크고 작은 변곡점을 인지하고 느끼며 동참한다는 것은 무척 즐거운 경험이다. 변곡점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상을 만나게 되고 과거와 이별하기 때문에 조금은 서글픈 것도 사실이다. 격변하는 21세기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변해가는 양상을 즐기는 삶이 어울리는 시절이다. 버릴 것은 더 버리고 넘어갈 곳으로는 과감하게 넘어가는 진취적인 태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요즘이다.

[맛있는 과학]변곡점을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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