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조종사 '파업투표' 가결··· 11년만에 항공대란 오나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대한항공 항공기/사진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이 60%에 가까운 찬성률로 파업 투표를 찬성 가결했다. 이에 따라 조종사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행위 요건을 충족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19일 오후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감한 결과 전체 1845명의 조종사 직종 조합원 중 1106명(59.9%)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교섭대표권을 갖고 있는 조종사 노조(KPU)는 조합원 1085명 중 1065명이 투표(투표율 98.2%)에 참여해 917명(86.1%)이 찬성했다. 반대는 143명, 무효 4명으로 집계됐다.

파업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온 조종사 새노조(KAUP)는 전체 조합원 760명 가운에 195명이 투표(투표율 25.7%)에 참여했다. 이 중 189명(96.9%) 찬성했고 반대 5명, 무효 1명이었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해 말 사측에 임금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한 노조와 1.9% 인상안을 제시한 회사의 입장 차가 컸다. 노조는 이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중지' 결정 후 쟁의행위 절차에 돌입했다. 노조는 최소한 두 자릿수 임금인상이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가 쟁의행위를 가결함에 따라 노사간 임금협상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노조의 합법적인 파업이 가능해 져서다. 하지만 11년 전인 2005년 파업 당시의 사회적 혼란과 여론 악화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파업보다는 수위가 낮은 다른 투쟁 수단을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2008년부터 항공산업이 필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파업의 실효성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조종사들이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업무유지율'에 따라 국제선 80%, 제주노선 70%, 국내선 50% 이상 정상운행을 해야 한다.

조종사 노조도 쟁의행위에 돌입하더라도 극단적 파업을 자제하고 일종의 '준법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이 그간 묵인해 온 운항 현장의 안전규정 위반사항을 바로잡는 등 항공법 준수를 통해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이번 쟁의행위는 길고 긴 싸움의 시작이 될 것"이라면서도 "안전비행 여건을 마련하고 창의적 쟁의행위를 위해 여러가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향후 교섭 과정에서 노사간 이견이 계속될 경우 파업 등 극단적인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