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의존한 경기부양책…성장의 ‘질’ 악화됐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전경. /사진제공=뉴스1

올해 3분기 성장률이 0.7%를 기록했다. 당초 시장 전망치인 0.7~0.8%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은행이 예상한 연간 2.7% 성장률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살펴보면 성장의 '질'이 악화됐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력 산업인 제조업이 흔들리고 있고 수출 성장기여도가 떨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추경과 부동산 부양책에 힘입어 건설투자 위주로 성장세가 유지됐다.

◇3분기 성장률 0.7%…제조업 ‘역성장’, 건설업 '고공행진'=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7% 성장했다. 이는 2분기 성장률(0.8%)보다 0.1%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민간소비는 의류, 의약품 등 비내구재와 서비스 소비가 늘어 전기대비 0.5% 증가했다. 2분기(1.0%)보다 다소 위축됐지만 정부 내수진작책 등으로 올 1분기처럼 마이너스 성장은 하지 않았다.

정부소비는 1.4% 증가해 2분기(0.1%)보다 대폭 늘었다. 3분기 11조원대 추가경정예산의 80% 이상이 집행된 효과로 풀이된다.

건설투자는 아파트 등 주거용 건물은 물론 비주거용 건설물량도 동시에 늘어나면서 전기대비 3.9%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 투자가 줄어 전기대비 0.1% 감소했지만,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정부투자 위주로 전기대비 0.4% 증가했다.

3분기 경제활동별 성장률은 △농림어업 –0.9% △제조업 –1.0% △전기가수도사업 6.9% △건설업 4.4% △서비스업 1.0%로 각각 집계됐다.

자동차, 휴대폰 판매 부진으로 제조업은 올해 1분기(-0.2%)에 이어 2분기 만에 역성장했다. 성장률만 놓고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2.5%) 이후 7년6개월만에 가장 부진했다.

정규일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손실액이 모두 반영됐고, 자동차 업계 파업에 따른 생산량 감소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사업 성장률은 1999년 4분기(7.9%) 이후 16년9개월만에 가장 높았다. 올해 여름 이례적인 폭염으로 전력판매량이 급증해서다.

건설업도 신규 건설물량 증가로 2분기(1.0%)보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고 서비스업도 부동산·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정규일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기자실에서 2016년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 저유가 효과 끝났나…국내총소득 2분기째 감소= 이처럼 경제규모는 확대됐지만 국민들의 실질 구매력 지표인 국내총소득(GDI)은 되레 감소했다. 3분기 GDI는 전기대비 0.3% 감소했다. 전기 -0.2%에 이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이다.

국내총소득이 2분기 연속 감소한 것은 지난 2010년 4분기(-0.5%)~2011년 1분기(-0.3%) 이후 5년6개월만이다.

이는 올해 3분기 국제유가 하락폭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교역조건이 악화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3분기 국제유가는 전년대비 50% 이상 감소했으나 올해에는 소폭 상승했다.

정 국장은 “국내총소득은 실질 무역손익과 교역조건에 큰 영향을 받는데 최근 무역손익은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어 구매력이 크게 줄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3분기 성장률 기여도는 내수 1.3%포인트, 순수출 -0.6%포인트로 각각 집계됐다. 전분기에 이어 수출보다는 내수 중심의 성장세가 이어졌다. 이 가운데 건설투자(0.6%포인트), 정부소비(0.2%포인트)의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자료=한국은행

◇ 한은 “4분기 제로성장해도 연 2.7% 가능”= 한은은 당초 예상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인 2.7%를 충분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 추정결과 4분기 성장률이 –0.1~0.2% 정도면 연간 2.7% 성장률이 가능하다. 만약 0.3%보다 높다면 정부 전망치인 2.8%도 기대할 수 있다.

정 국장은 “4분기 성장률이 0%를 기록하더라도 연간 2.7% 성장률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재정보강 등을 감안하면 적어도 마이너스 성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등 국내 주요 민간연구기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3~2.5% 수준이다. 이는 올해 4분기 경기급락을 반영한 수치다. 연간 성장률이 2.5% 이하가 되려면 4분기 성장률이 –0.6%보다 낮아야 한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4분기는 건설 공급과잉 우려, 저유가 효과 둔화, 청탁금지법 시행에 따른 내수 충격으로 3분기보다 낮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경기상황을 고려하면 마이너스 성장률이 불가능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목표치로 인식해 단기 부양책을 반복하기보다는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