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팎으로 짓눌리는 경제…환율·통상전쟁 속수무책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6일 미국 워싱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열린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 참석, 각국 대표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2016.10.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경제가 안팎으로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과의 통상 마찰,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와 김정남 피살 등과 대내적으로 탄핵정국과 대선 등의 한가운데에 있다. 4월 위기설, 7월 위기설 등까지 나와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내 정치 리스크로 인해 불확실성이 한국경제를 짓누르는 악재다. 당장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달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선진20개국(G20)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회의’의 참석 여부도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수개월전 참석여부가 가려지지만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가능성으로 인해 의사결정을 못하고 있다.

탄핵결과에 따라 자칫 유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직무대행’까지 맡게 되면 G20회의에는 최상목 기재부 1차관이 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의전관례상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양자회담을 비롯한 각국 재무장관 회담도 성사되기 어렵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 경제금융 수장들이 모이는 다자회의고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 등 경제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여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 기회를 날려 버리게 된다. 유 부총리가 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이 불투명해지면서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전화통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중국을 겨냥하며 환율전쟁의 포문을 열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10일에도 정상회담을 열고 미·일 동맹강화에 나섰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아베 총리는 환율조작, 자동차 분야의 통상 문제 등에 대해 일본의 입장을 전달하며 진화작업을 벌였고 지난 17일 의회에 나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율 조작과 자국 통화의 인위적 절하를 지적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일본 통화정책에 대해서 이해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특히 환율 이슈에 대해 정상끼리 논하기보다 두 나라 재무장관들에게 맡기기로 의견을 모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우리는 황교안 대통령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에서 시스템 누수를 막기에 급급할 뿐 정상외교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 황 권한대행이 출마해 유 부총리가 권한대행으로 차출되는 일이 생기면 대선까지 수개월간 경제분야 국정은 삐걱거릴 수 밖에 없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리더십이 없다는 것은 큰 틀에서 정책 방향 수립이 어려워지고 각 부처별로는 의사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졌으므로 정부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고 경제 부문은 부총리가 더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석우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리더십이 장기간 부재하면 경제가 산으로 가는 일이 벌어진다”며 “경제는 심리가 중요하므로 리더십이 빨리 확보되고 원활한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문제가 조금씩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