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전경련 회장 결국 유임…4대그룹 없이 '자립생존' 할까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정기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 허 회장은 전경련 개혁방안이 마무리될 때까지 유임하기로 결정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1일 공식 탈퇴하면서 삼성, SK, LG 등 4대 그룹이 모두 전경련을 완전히 떠났다. 전경련은 당분간 허 회장 체제에서 뼈를 깎는 쇄신안을 실행한 후 차기 회장을 다시 구할 것으로 보인다. 2017.2.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차기 회장 구인난에 시달린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허창수 현 회장(GS그룹 회장)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수장 공석'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일단 피했다. 당초 회장 유임에 대해 고사의 뜻을 분명히 밝힌 허 회장이지만 전경련이 차기 회장을 구하는데 번번이 실패하자 고심 끝에 이를 수락했다.

전경련 회장직만 4번이나 맡은 허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정경유착 근절'을 강조하고 환골탈태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해 사실상 해체 위기에 몰리는 등 험로가 예상되는 전경련을 허 회장이 어떻게 이끌지 재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된다.


◇전경련 회장만 4번째 맡은 허 회장…"정경유착 근절"=전경련은 24일 오전 11시30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제56회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추대한 '제36대 전경련 회장'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임기는 2년이다.

전경련은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선임했다. 새 수장을 구하는데 실패한 전경련은 우여곡절 끝에 회장과 상근부회장 체제는 갖추게 됐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같은 경제관료 출신을 중심으로, 손경식 CJ (122,000원 ▼500 -0.41%)회장과 류진 풍산 (62,900원 ▲2,600 +4.31%)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68,800원 ▲700 +1.03%) 회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거론돼왔다. 일부 인사의 경우 전날 늦게까지도 새 사령탑으로 유력하게 점쳐졌지만, 끝내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무엇보다 정경유착을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전경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부당한 외부 압력에 단호하게 대처 하겠다"며 "그동안 많은 비판이 있었던 사회협력 회계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전경련 '쇄신안' 해체 여론 뒤집을까…4대 그룹 빠진 전경련 운영 문제는?=허 회장의 취임사에서 가늠할 수 있듯이 전경련은 대대적인 개혁과 쇄신을 예고했으나, 앞날은 가시밭길이다. 전경련은 허 회장의 유임에 맞춰 '혁신위원회' 구성과 함께 △정경유착 근절 △전경련 투명성 강화 △씽크탱크 기능 강화 등 '전경련 3대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혁신위는 박영주 이건산업 (5,480원 ▲50 +0.92%)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16,250원 ▲20 +0.12%) 회장 등 내부인사 3인과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해 투명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전경련은 이른바 '정책통'으로 불리는 권 신임 상근부회장을 중심으로 이 같은 쇄신에 시동을 걸 전망이다. 신임 권 상근부회장은 기존에 맡던 한국경제연구원장직을 당분간 겸임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사퇴 약속을 저버린 허 회장은 말뿐인 사과와 쇄신 꼼수를 중단하고 자발적 해체에 나서라"고 전경련의 해체를 거듭 촉구했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당장 전경련이 어떻게 운영될지 여부다. 삼성·현대차·SK·LG그룹이 잇따라 빠져나간 탓에 자금 사정에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15년 기준 전경련의 전체 연간회비는 500억원 중 4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로 350억원 수준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전경련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 다양하고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며 "일단 빠른 시일 내에 혁신위원회를 구성한 다음 구체적인 혁신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