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총재 “미국 3월 금리인상, 시장 불안정 요인 아니다"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가 16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1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해 서태종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장병화 한국은행 부총재는 16일 미국 3월 금리인상으로 국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장 부총재는 이날 오전 한은 통화정책대책반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미국 금리인상 결정은 시장에서 충분히 예측됐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에 큰 불안정성을 가져다 줄 요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에 앞서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Fed)의 금리 점도표(dot plot)가 바뀌고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실제 점도표는 지난달 FOMC에서 바뀌지 않았고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도 예상보다 호키시(매파적, 통화긴축 선호)하지 않았다는 평가”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올해 4회 금리인상을 할 것이란 일부 시장의 기대감이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다.

장 부총재는 향후 미국 금리인상 시점이 언제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추가 금리인상 시점이 6월이 될지, 9월이 될지는 향후 미국의 임금상승률, 재정정책 등 여러 변수가 많기 때문에 연준이 회의를 할 때마다 시각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통화정책의 목표로 하는 물가, 고용 경제지표와 관련해 다양한 변수가 있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인식을 밝힌 것이다.

장 부총재는 미국이 금리인상을 한다고 한은이 곧바로 금리인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기존 한은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금리인상은 한은 통화정책 운용의 중요한 요인이지만 그 자체만으로 기계적인 대응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 금리인상을 비롯해 대외 여건들이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이주열 총재가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독일로 출장을 간 상황이어서, 장 부총재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 한은의 입장을 대변한다.

한편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의 연내 4회 금리인상 리스크가 줄어든 영향을 반영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은 전일대비 21.98포인트(1.03%) 오른 2,154.98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3.6원 내린(원화 강세) 1130원에 출발했다.

한은은 이날 오전 장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열어 미국 금리인상 이후 국내 금융·외환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한은은 “연준의 금리인상(연 0.50~0.75%→0.75~1.00%)이 예상과 부합된 가운데 향후 정책금리 예상 경로도 종전과 같아 일부 시장참가자의 금리인상 속도 가속화 우려가 크게 완화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앞으로 연준 추가 금리인상 외에도 미국 신정부 경제정책, 중국의 대 한국 정책, 유럽의 정치상황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대외여건 변화와 영향을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향후 국내 금융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나타낼 경우 정부와 협력해서 적기에 시장안정화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다. 한은이 할 수 있는 시장 안정화 조치로는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할 경우 외환보유액을 활용한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과 통화안정증권을 활용해 국내 금융시장에서 유동성을 조절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