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국내 첫 회생형 법정관리 P-플랜으로 갈까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은 대우조선 정상화를 위한 이해당사자의 자율적 구조조정이 실패로 돌아가면 법원의 사전회생계획제도(P-플랜)를 추진한다.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채무를 재조정한 뒤 신규자금을 지원해 대우조선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다.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신규자금 규모는 늘어나겠지만 그나마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판단이다. 대우조선이 P-플랜을 신청하면 제도 시행 후 첫 기업이 되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자율적 구조조정 안되면 'P-플랜'=채권단은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자율적 구조조정이 실패하면 P-플랜을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이 P-플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법정관리(기업회생)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으로는 대우조선을 정상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그 순간 신규 수주를 할 수 없고 신규 자금 투입이 막히면서 기존에 수주한 선박 건조가 불가능해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회계법인의 가정과 전제하에 법정관리 가면 40척 이상의 발주 취소가 확실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는 최대 14조원의 선수금환급청구(RG콜) 및 추가 충당금 등으로 막대한 부담이 발생한다. 사전 준비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청산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다.


워크아웃은 법정관리보다 정도만 덜할 뿐 법정관리 때처럼 선주의 계약취소(builder’s default)가 발생한다. 무엇보다 워크아웃은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의 채무를 조정할 수 있지만 회사채와 CP(기업어음)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강제할 수 없다. 채권단이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을 넣더라도 대우조선 정상화에 쓰이지 않고 사채권자 배만 불리게 된다. 채무조정안에 반대하는 시중은행은 반대매수청수권을 행사하고 고통분담에서 빠질 수 있다. 많은 시중은행이 STX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전력도 가지고 있다.

P-플랜은 법정관리의 장점인 법원의 폭넓고 강제력 있는 채무조정 기능과 워크아웃의 장점인 신속성 및 원활한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하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회생계획안과 실사보고서만 제대로 갖추면 이론적으로 P-플랜을 신청한 후 개시까지 한달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료제공=금융위원회

◇'P-플랜' 가능성은=채권단은 P-플랜을 진행하면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최소 7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P-플랜에 들어가면 이해당사자 모두가 자율적 구조조정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보기 때문에 가능성은 낮다.

우선 시중은행은 자율적 구조조정에 합의하면 무담보대출 7000억원의 80%인 5600억원을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1400억원을 만기연장을 해야 하지만 P-플랜에서는 대출 대부분을 손실처리해야 한다. RG(선수금환급보증)를 발급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신규자금 지원을 국책은행이 도맡기 때문에 대부분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채권자도 사정은 비슷하다. 고통분담에 동참하면 보유 채권의 절반은 주식으로 받을 수 있고 나머지 절반은 3년후 분할상환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출자전환한 채권자를 위해 하반기 대우조선 주식거래 재개도 추진한다. 필요하면 출자전환한 주식 일부를 현금화할 수 있는 셈이다.

반면 P-플랜에 들어가면 투자금액의 10%도 건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회생법원이 청산가치에 준하는 대규모 출자전환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또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남은 돈도 언제 받을지 모른다.

대우조선은 다음달 중순 만기별로 사채권자집회를 열고 모든 사채권자의 동의를 얻는다는 계획이다. 날짜는 빠르면 14일이나 17일이나 18일이 유력하다. 2018년 4월 만기가 도래하는 CP 보유자도 개별적으로 설득해 동참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사채권자집회에서 채무조정이 이뤄지려면 출석 사채권자 의결권 3분의 2이상 찬성과 총 회사채 금액의 3분의 1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1조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중 과반을 국민연금공단과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하고 있어 대우조선은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 설득에 총력을 다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만기별로 열린 사채권자집회에서 하나라도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이튿날 바로 P-플랜을 신청할 예정이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P-플랜을 신청하면 늦어도 다음날 보전처분결정과 강제집행 등을 금지하는 포괄적 금지명령이 내려진다"며 "P-플랜에서는 평등의 원칙에 따라 같은 종류의 채권은 동일하게 채무조정이 이뤄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