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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학교'는 지금부터 시작"

기고 머니투데이 세종=문영재 기자 |입력 : 2017.05.01 05:30|조회 : 11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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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학교'는 지금부터 시작"
우리사회에 뿌리 깊이 박혀 있는 잘못된 청탁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청탁금지법'이 시행 6개월을 넘어섰다.

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58%였던 지지율이 시행 후 85%까지 치솟은 것에서 우리 국민의 청렴사회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훼 등 일부 분야에서의 소비위축을 빌미로 개정논란에 휩싸이고 '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이 법에 대한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선 교사로서 체감할 수 있는, 이 법이 가져온 변화는 지대하다. 특히 학교현장에서 선생님들과 학부모들로부터 듣는 변화는 생생하고 희망적이다. 무엇보다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은 선생님들의 마음이 가벼워졌다. 지난해 8월까지 매학기가 시작될 때마다 승진한 동료에게 축하 인사로 보냈던 화분이나 떡을 이제 보내지 않아도 된다. 받는 쪽에서는 '그걸 왜 보냈느냐'고 말하지만 화분을 보내지 않으면 마치 그 사람을 소홀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일까봐 걱정하고 또 혹시 나중에 무언가 부탁이라도 할 때 외면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가졌었다. 그러기에 내가 쓸 용돈을 줄이더라도 청탁(?)의 밑밥으로 미리 깔아뒀던 것이다.

창피하지 않을 정도의 화분 1개의 값은 대개 5~6만원선, 좀 더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떡이라도 준비하려면 10만원은 기본이었다. 주변에서 3~4명이 승진이라도 하면 경제적인 부담은 정말 크다. 아까운 용돈 들여 화분 리본에 자기 이름 석 자 새겨 보내서 눈도장 찍고 나중에 조그만 부탁이라도 하게 될 상황을 대비하던 이런 관례들이 모두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출근하는 선생님들의 발걸음이 가벼울 수밖에 없다. 축하인사를 받는 분들의 마음도 편해졌다. 이전에는 화분 개수와 떡을 먹는 횟수가 승진한 사람들의 영향력과 인간관계를 재는 척도로 생각되는 경향이 있기에, 미안함을 가지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친했던 후배나 동료에게 그런 것들을 바랬다. 그렇게 해서 일단 받으면 그 후배나 동료들의 조그만 청탁이라도 들어줘 야 하는 '빚'이 됐다.

보내준 떡을 본인 혼자 먹는 것도 아니고, 화분들도 학교 교사들에게 다 나누어주는데도 그 빚 갚음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하지만 이제 청탁금지법이 도입되면서 떡이나 화분이 오지 않아도 체면이 구겨지지 않는 상황이 되고 동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도 않게 되니 홀가분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은밀한 청탁문화가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는 변화도 있다. 교장 교감 선생님들이 명절을 포함해 일체의 선물을 받지도 주지도 않겠다는 말을 전체 회의시간에 전달하고, 투명한 친목 회식문화도 정착돼 가고 있다. 과거 일부이긴 하지만 방과후 교사나 교육복지 강사 등 인력들을 뽑는 면접 등의 절차가 형식적이었고 선물 등으로 투명하지 못한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일체의 선물을 주고받지 못한다. 또 선생님들은 학부모가 주는 애매했던 작은 선물에도 이제는 더욱 당당하게 거절할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법이나 제도가 시행되면 그것의 긍정적인 효과와 별도로 아쉬운 점이 있게 마련이다. 청탁금지법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크게 다가오는 것은 어떤 목적이나 의도가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인간적인 관계성이 훼손되는 경우이다. 가을운동회 날 할머니가 미안해하며 건네는 생수 한 병을 받을 수 없는 사정을 설명하며 돌려드리고, 학부모가 들고 온 따뜻한 커피를 교사나 학부모 모두 마시지 못해 식은 채 되가져간 일도 있다.

교사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표시로 어린 제자가 주는 작은 사탕 하나도 받지 못한다. 이런 상황들을 경험할 때마다, 마음이 참 복잡해진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발생하는 곤란한 문제는 더 있을 것이고 개선해야 할 점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 전반에 자리하고 있는 잘못된 청탁문화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미래세대인 청소년들이 학습하는 교육현장에서 당연히 감내해야 할 일이다. '청렴학교'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대전중원초등학교 교사 이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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