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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병의 휴머노미]최저임금 인상과 나랏돈

머니투데이 강호병 뉴스1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입력 : 2017.07.18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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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뉴스1 부국장대우 겸 산업1부장
내년 시급기준 최저임금이 올해의 6470원에서 16.4% 오른 7530원으로 정해지자 영세상공인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명분으로 30명 미만 사업장에 한해 과거 5년간 인상률(7.4%)을 상회하는 최저임금을 나랏돈으로 보전해주기로 했다.

돈의 규모를 떠나 나랏돈 지출, 나아가 증세까지 너무 쉽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영세사업장의 타격이 우려되는 만큼 제도적으로 이런저런 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분을 나랏돈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은 얘기가 다르다. 원래 회사나 고용주가 부담해야 하는 것을 국민세금이라는 사회부담으로 넘기는 행위여서다. 이는 성격상 수준 높은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문제다. 어쩌면 유리알지갑들이 낸 세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런 절차를 거치는 데 대한 고민도 없이 쉽게 결정했다.

게다가 그 돈을 내게 될 국민이나 소비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어디에도 표현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업과 정부가 고통분담’이라고 짤막하게 돼 있다. 말이 정부지 사실상 그 돈은 세금이다. 더불어 산다는 명분만 내세워 나랏돈을 편하게 가져다 쓰겠다는 신호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직접부담은 가뭄대책, 공무원 채용, 국방비 등에 들어가는 돈과 다르다. 후자는 부담주체가 정부 내지 국가다. 지출 효과도 모든 국민에게 미치는 것들이다. 그래서 결정도 국민의 손으로 뽑힌 국회가 한다. 그러나 전자는 부담주체가 원칙적으로 고용주나 해당 회사다. 그래서 최저임금 수준은 국회가 아닌 노사, 공익대표가 모인 ‘위원회’에서 정해왔다.

인상분 일부를 나랏돈으로 보전한다는 것 자체가 최저임금을 화끈하게 올릴 경제여건이 못됨을 시인한 것이다. 여기서 정부는 양해를 구하고 계획보다 낮은 율로 올리는 ‘정직’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가 들어가서 원하는 수준을 만들고 추가부담을 세금으로 메우는 ‘초법’을 선택했다. 모두에게 효과가 가는데 써야 한다는 전통적인 재정지출 원리와 맞지 않다.

최저임금은 합의된 수준에 사업주가 지키는 것을 전제로한 노사협상 성격이다. 권리가 아닌 의무에 나랏돈을 보태주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저소득층 보호라는 후생적 목적을 실천하는 것이라면 최저임금을 가지고 변칙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논의를 거쳐 해당자에게 소득을 직접 보전해주는게 이치에 맞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롯되는 임금상승분을 세금으로 보전하는 것을 ‘일시적’이라고 정부는 항변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는 일시성 여부로 따질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재정보전을 멈출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금 안되는 여건이 2~3년 후 잘 될 것이란 보장도 없다. 이런 식의 접근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비정규직 축소, 근로시간 단축 등도 최저임금 인상과 효과는 비슷하다. 소규모 사업장은 근로시간을 줄이고 싶어도 그럴 형편이 안된다고 하소연한다. 소사업장 근로자들은 임금이 줄어들까봐 엄두가 안 난다고 한다.

공약을 실천하고픈 문재인정부 입장에선 화끈하게 근로시간을 줄이는 데 따른 부담은 또 세금으로 메우는 유혹을 진하게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과정은 종국에는 증세로 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나랏돈 쓰는 것을 쉽게 생각하면 증세 또한 당연하고도 편하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진정한 조세정의란 부자증세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도 잘 쓰일 것이라고 믿고 흔쾌히 세금을 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한국 지식인들이 많이 동경하는 북유럽의 경우 조세부담률이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30% 수준이다. 소득이 많은 계층은 60%다. 그러나 그 나라에선 국회의원들이 사사로이 택시를 공금으로 타도 지탄받는다고 들었다. 정치와 행정의 수준이 이 정도니까 그 사회 사람들은 비록 부담이 되더라도 기꺼이 세금을 낸다고 본다.

징세와 지출에 골몰하면서 걷는 데 대한 미안함과 배려, 쓰는 데 대한 합리성과 투명성이 없다면 꿈꾸는 복지국가는 처음부터 허상이다. 그런 사회적 합의를 등한시한 채 비겁하게 담배·경유세 같은 죄악세, 자산세 등 조세저항이 덜할 부분부터 찾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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