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트' 출신 印 대통령 취임…'다양성·통합' 강조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불가촉천민(달리트)' 출신의 람 나트 코빈드(71) 제14대 인도 대통령이 25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다양성과 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디안익스프레스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코빈드 대통령은 이날 마하트마 간디 추모 공원묘지를 방문한 뒤 뉴델리 의회에서 취임식을 가졌다. 코빈드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나는 12억5000만 인도국민을 대표해 이 자리에 서 있다"면서 "이것이 의미하는 매우 큰 책임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취임사에서 '다양성'과 '통합'을 동시에 강조했다. 코빈드 대통령은 "작은 마을 진흙집에서 태어난 나의 긴 삶의 여정이 나만의 것은 아니"라며 계층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양성은 우리 사회의 핵심이자 우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동의하기도 하고 반대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미덕"이라 말했다.

이어 이날 퇴임한 프라나브 무케르지 13대 대통령 등 전임 대통령들을 언급하며 "나도 이들의 위대함에 미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코빈드 대통령은 지난 21일 65.6%의 득표율로 제1야당인 인도국민회의(INC)의 메이라 쿠마르 후보(72)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는 달리트 출신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인도 헌법은 달리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차별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아 그의 당선에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다.

달리트 출신 인도 대통령이 나온 건 1997년 코테릴 라만 나라야난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인도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어 실질적 권력은 내각을 이끄는 총리에게 있지만, 대통령이 헌법상 국가원수이자 사면권과 법률안 거부권 등을 갖고 있다.

한편 코빈드는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 칸푸르 출신으로, 대학 졸업 뒤 변호사로 활동하다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이후 상원의원을 두 차례 지냈고 비하르 주지사를 지냈다.

그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처럼 ‘힌두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인사로 알려졌다. 모디 총리 집권 뒤 인도는 소수계(전체 인구의 약 14%)인 무슬림에 대한 차별 강도를 높이고, 힌두교도를 우선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