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밖' OTT로 뛰어든 유료방송사

케이블 TV방송과 위성 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유료방송 가입자가 포화되면서 정체된 시장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로 삼은 것이다. 20~30대 젊은 시청자층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방송 허가부터 채널 운영·요금·가입자 규제까지 겹겹이 규제를 받고 있는 기존 방송 사업과 달리 자유로운 상품 구성 및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OTT만의 매력이다. 반면 이들이 제공하는 TV 기반 OTT 서비스의 경우, 기존 유료방송 상품과 큰 차이 없는 데도 이를 부가 통신 서비스로 규정하는 건 규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딜라이브·스카이라이프·CJ헬로, OTT 시장 격돌=OTT 시장을 둘러싼 유료방송 업계의 격전이 시작됐다. 지난해 7월 TV 기반 OTT 서비스를 내놓은 딜라이브에 이어 위성방송 사업자인 KT스카이라이프도 최근 자사 OTT 서비스 ‘텔레비’를 출시했다. 지난 2010년 유료방송 업계 중 가장 먼저 OTT 서비스(브랜드명: 티빙)를 시작했다 CJ .E&M으로 넘겼던 CJ헬로비전도 오는 11월 새로운 OTT 서비스로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IPTV 서비스를 제공 중인 통신 3사 역시 OT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옥수수’ 등 통신사들의 OTT 서비스가 주로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겨냥한 모바일 OTT라면, 최근 유료방송 업계가 내놓은 서비스는 TV 기반 서비스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TV기반 OTT는 TV 셋톱박스를 기반으로 실시간 채널과 VOD(주문형비디오) 등을 제공하는 동영상 서비스다. 때문에 자칫 본업인 유료방송 서비스 시장을 위축시키는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TV 기반 OTT 서비스는 기존 유료방송 서비스보다 저렴하다. 가령, 스카이라이프의 텔레비의 경우 최소한의 기본채널 묶음에 원하는 채널을 채널당 550원의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알라카르테’를 적용했다. 딜라이브의 경우 실시간채널 방송서비스와 넷플릭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OTT를 결합상품 형식으로 제공한다.


그럼에도 사업자들이 신사업으로 OTT서비스를 내놓는 이유는 수년간 유료방송 시장 성장 정체가 이어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OTT는 기존 서비스에 비해 구성이 다양하고 원하는 동영상이나 채널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어 20~30대의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스카이라이프는 텔레비 출시와 관련해 “기존 위성방송의 이미지를 벗고 1인 가구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역 규제, 역무 규제, 가입자 합산 규제, 채널 규제 등 방송법 규제에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도 유료방송사들이 OTT 시장에 뛰어드는 또 다른 이유다. OTT는 전기통신사업법의 부가통신서비스로 규정된다. 이에 따라 방송법 상 케이블방송의 권역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예컨대 딜라이브는 전국 78개 방송권역 가운데 17개 권역에서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OTT의 경우 권역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 사실상 전 지역 서비스가 가능하다.

케이블, 위성, IPTV 등 역무별로 방송서비스를 구분해 규제하는 방송법에 적용되지 않는 만큼 위성방송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가 IP 기반 서비스를 확장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스카이라이프는 이미 DCS(접시없는 위성방송), OTS 등으로 IP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지만 OTT 출시로 IP기반 서비스를 더욱 확충하고 있다.

의무재전송 등 채널 규제도 받지 않는다. 방송법상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방송, 공익채널 등은 의무재전송 채널로 유료방송사업자들이 필수적으로 서비스해야 한다. 하지만 OTT의 경우 이와 같은 채널 규제가 없다.

◇방송인가 통신인가…같은 서비스 다른 규제 형평성 문제도=일각에서는 기존 유료방송상품과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도 전혀 다른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OTT의 경우 개방형 인터넷망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가통신서비스로 간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OTT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향후 방송시장 변화 속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고 파급력이 큰 방송 서비스 특성상 사회적 부작용 우려도 있기 때문에 규제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아직 기술과 산업적 관점에서 이제 막 시작하는 신 시장인데, 벌써부터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넷플릭스, 유튜브 레드 등 해외 OTT 사업자들이 급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국내 사업자만 역차별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