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 1위' 그 식당, 왜 맛 없나 했더니…

그래픽=이지혜 디자이너

포털사이트에서 전문적으로 검색어 순위를 조작해온 업체의 임직원이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제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특정 업체 및 브랜드의 검색어 순위를 올려주고 그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로 D사와 J사 대표 장모씨(32)와 이모씨(34) 대표 등 관련 업체 임직원 4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자동 반복적으로 특정 단어를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에서 조회해 해당 검색어의 이른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올려주는 프로그램을 100여대의 PC와 스마트폰에 설치, 38만회에 걸쳐 133만개의 키워드 검색어를 조작해주고 그 대가로 중개업체로부터 33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단어를 입력한 사용자가 없음에도 포털사이트 통계집계시스템 서버에 허위의 클릭정보를 전송해 검색순위 결정 과정에서 이 같이 전송된 허위의 클릭정보가 실제로 통계에 반영됨으로써 정보처리에 장애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네이버 등은 같은 IP에서 동일한 검색어가 단기간 다량으로 검색될 경우 이를 검색어 순위에 반영하지 않지만, 이들은 PC와 스마트폰마다 일정 시간마다 IP(접속 인터넷주소)를 바꿔주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네이버의 IP 필터링을 회피했다.


이들은 2개 업체지만 서로 공모해 영업· BOT 프로그램 개발· 검색어 조작 실행 등으로 업무를 분담하는 등 단일 기업처럼 움직였다. 광고대행, 웹에이전시 사업을 하는 주식회사로 포장해 세금신고도 했다.

이들은 사업 도중 검색순위 조작업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자 겁이 나 일정 기간 조작을 멈추기도 했지만 보름만에 다시 사업을 재개했다. 대담해진 4년간 거둬들인 33억5000만원으로 아예 부산 해운대구에 3층 건물을 신축하고 인터넷 방송사를 설립하는 등 한 건물에 입주해 사업을 확장하던 도중 수사기관에 덜미를 잡혔다.

특히 검찰은 이러한 조작업체들에게 검색어 순위 상승 의뢰를 전문적으로 중개해주는 다수 업체들이 관여한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조작업체가 받고 있는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의 공범이 된다. 이들 중개업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되고자 하는 음식점, 성형외과·치과 등 병·의원, 학원 등의 고객을 모집해 조작업체에 검색순위 조작을 의뢰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순위조작을 의뢰한 업체 가운데 한 곳은 '대행비'로 2억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장기간 다량의 조작을 의뢰할수록 대가가 커졌다"며 "검색순위 조작이 해프닝성 범죄수준을 넘어 기업화·조직화되어가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인터넷 포털 등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