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노믹스' vs '아베노믹스'…日, 22일 경제선거 치른다

이달 22일 일본의 운명을 가를 중의원 선거가 진행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과 공민당 연합이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희망의 당'을 만든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아베 총리는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인한 안보 위협과 '아베노믹스'로 인한 일본 경제 회복세를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이에 맞서 고이케 지사는 소비세 인상 반대 등을 골자로 하는 자신의 경제정책을 '유리노믹스'라 부르며 맞불을 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북한의 도발로 인해 국가안보 문제가 유권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면서 "여기에 임금 상승 정체, 가계부채 증가, 복지 향상으로 인한 재정 부담 등 '경제'가 이번 중의원 선거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중의원 선거 10일 공시, 입후보 접수 시작…자민·공명 vs 희망의 당 경쟁

일본 정부는 10일 제48회 중의원 선거를 공시했다. 이날 465석의 중의원 의원을 뽑는 선거를 위한 입후보 접수를 시작으로 공식 선거전이 시작됐다. 입후보자는 이날 오후 1시 20분 기준 1177명을 넘어섰다.


일본 중의원 선거는 2014년 12월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이다. 현재 구도는 ▲자민당·공명당 ▲희망의 당·일본 유신회 ▲공산당·입헌민주당·사민당의 3파전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과반 확보로 헌법 개정 등의 정책 추진 동력을 얻으려는 자민당과 이를 막으려는 희망의 당의 경쟁이 가장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자민당을 이끄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9일 열린 TV토론에서 과반을 목표로 제시했으며, 돌풍을 일으키며 아베 총리의 맞수로 떠오른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는 "최대한 많이"라며 명확한 의석 목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날 "자민·공명 연립의 정권 재창출 혹은 '희망의 당' 등 새로운 세력의 집권인지가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라며 "소비세 인상, 헌법 개정, 북한 위협 대응이 중요 논점"이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첫 선거 지지 연설 지역으로 후쿠시마를 택했다. 2011년 대지진으로 큰 피해 본 지역을 부흥시키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아베는 2012년과 2014년의 중의원 선거, 2013년 참의원 선거 모두 후쿠시마에서 시작했다.

고이케 대표는 도쿄 이케부쿠로에서 첫 연설을 진행했다. 고이케 대표는 2005년 우정(郵政) 민영화를 둘러싸고 진행된 중의원 선거에서 이케부쿠로가 포함된 도쿄 10구에 출마해 당선된 인연이 있다.

일본 주요 정당들이 10일 이달 22일 실시되는 중의원 선거를 위한 경쟁을 공식 시작했다. 이날 일본 도쿄에서 시민들이 고이케 유리코 희망의 당 대표(도쿄도지사)의 연설을 듣고 있다. /AFPBBNews=뉴스1

◇ 아베노믹스 vs 유리노믹스…일본 유권자의 선택은

이번 중의원 선거에서 각 당이 공약한 경제 정책 가운데 가장 큰 쟁점은 소비세다. 지난달 말 아베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을 선언한 이유도 소비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분의 사용처 재검토가 명분이었다.

일본 정부는 2019년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려 5조 엔(약 51조 원)가량의 추가 세수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증세분의 70% 이상을 국가 채무 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절반가량을 무상보육, 육아 지원 등 복지예산으로 돌리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생각이다.

반면 고이케 대표는 소비세 인상을 무기한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본 경제가 확실히 회복했다는 증거가 나오기 전에 소비세를 올리면 다시 침체할 수밖에 없다는 게 고이케 측의 주장이다.

법인세 부분에서도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다. 아베는 법인세 수정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고이케 대표는 "기업이 막대한 현금을 곳간에 쌓아 놓고 투자와 임금 인상에 인색하다"며 기업 보유 현금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베 총리와 고이케 대표는 원자력발전 문제에서도 충돌했다. 아베 총리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전면 중지된 원전을 재가동시킬 계획이다. 이에 고이케 대표는 2030년까지 원전 폐기 방안을 들고 나왔다. 탈원전 지지자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의도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두 지도자가 '양적 완화' 유지라는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고이케는 점진적으로 출구 전략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두 보수 정당이 세제와 원자력발전 등에서 뚜렷한 견해차를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