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택자도?" 다주택자 임대보증금 과세개편 놓고 논란↑

강남 아파트 단지 전경 @머니투데이 DB.

정부가 다주택자의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책에 이어 자가 소유 집을 고액전세로 내놓고 다른 주택에 세들어 사는 1~2주택자를 상대로도 임대보증금 과세를 검토한다는 소식에 주택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1~2주택자에 대해 별도로 소득세 과세 여부를 검토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보유세 인상 가능성과 맞물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선 당장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고 세수를 늘리기 위해 주택시장에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민간의 역할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반발이 나왔다. 한 채당 임대보증금이 10억원이 넘는 강남권 고액전세를 타깃으로 하는 과세 개편으로 실거주 1주택자들과는 무관하다는 여론도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정부에서도 이미 거론했다가 시장의 거센 조세저항을 불러온 적이 있는 정책으로 실제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고액 전세로 임대를 놓은 1~2주택자의 임대보증금에 과세를 검토 중이라는 언론보도에 "내년 조세개혁특위 등을 통해 다주택자의 임대보증금에 대한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현재 1~2주택 보유자의 보증금에 대한 소득세 과세 여부는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 채당 10억원이 넘는 고액 전세가 빈번한 서울 강남권을 타깃으로 한 '핀셋 과세'로 검토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시장의 논란을 우려해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정부에서 이미 검토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는 부분으로 내년 조세개혁특위에서 다주택자의 임대보증금 과세 개편을 다룰 때 이 부분이 다뤄질 가능성은 열려 있다.


시장에선 보유세 인상 가능성 만큼이나 1~2주택자 임대보증금 과세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 이후 한 달 주기로 주택시장에 영향을 주는 굵직한 대책을 내놓으면서 심리적 압박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향후 정책 향방과 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주택 보유자들은 우선 세수를 늘리고 강남 등 특정 지역 집값을 잡기 위해 1~2주택자에게도 과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이다. 고액 전세의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누가 세금을 더 내야 하느냐 하는 부분도 아직 논란거리다. 투자 목적이 아니라 부득이한 사정으로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고 전세를 주는 경우도 많은데 주택 보유 자체로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우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반면 주로 강남권에 밀집한 10억원 이상 고액 전세의 경우 과세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는 지지 여론도 있다. 고액 전세를 활용해 적은 돈으로 집을 여러 채 사들이다보니 강남 지역의 주택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논리다. 강남에 갭투자한 경우가 아니라면 1주택 실거주자는 사실상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

기준금리 인상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부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내년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이 같은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부가 과세형평성이나 주택시장 안정화 등 단편적인 부분만 볼 게 아니라 임대주택시장에서 주택 보유자들의 역할과 순기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는 집주인들이 당장은 금리가 낮아 손해보더라도 향후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데 주택시장 전체로 보면 주택 보유자들이 임대주택 공급자로서 기여하는 부분도 상당하다"며 "단순히 세수충당이나 주택시장 과열 방지 차원에서 '가격'만 보고 접근하면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이어 "과거에도 정부가 전세 임대보증금 과세를 거론했다 시장의 조세저항이 너무 거세 정책화하지 못한 적이 있다"며 "이미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무리한 과세를 추진하게 되면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