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검사의 고백… 잇따르는 '미투'와 '위드유'

서지현 검사(왼쪽부터), 이재정 의원, 이효경 도의원 /사진=JTBC, 뉴스1, 이효경 의원 페이스북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가 성추행 당한 경험을 폭로한 이후 그에 대한 지지와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사회 곳곳 '미투'(Me too) 운동도 확산하는 양상이다.

성범죄 피해를 알리는 '미투'(#MeToo)캠페인은 할리우드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문 이후 영화배우 알리사 밀라노가 제안한 것으로 SNS에 성범죄 피해를 밝히며 나도 당했다는 뜻으로 '미투' 해시태그를 다는 것이다.


◇'1월 26일' 서지현 검사, 용기 있는 고백… 한국의 미투 운동 촉발

지난달 29일 JTBC 뉴스룸에서 성추행 피해사실을 밝힌 서지현 검사/사진=JTBC '뉴스룸' 캡처

서 검사는 지난달 26일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려 2010년 10월 자신이 서울 북부지검에 있을 때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서 검사는 안 전 국장이 장례식장에서 여러 사람이 보는 가운데 성추행을 해 모욕감과 수치심이 컸다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당시 서울북부지검 간부들을 통해 가해자의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으나 이후 사과를 받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부당한 인사발령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서 검사 관련 사건을 법무부가 성의없이 문제를 덮으려 한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서 검사는 지난해 9월29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메일을 보내 성추행 관련 고충을 털어놓는 한편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법무부가 "서 검사의 메일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하면서 문제가 커졌다. 이후 서 검사 측이 박 장관과 주고받은 메일을 공개하면서 법무부는 여론의 비판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 박 장관은 2일 오후 법무부에서 열린 성범죄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에서 "조치가 미흡했던 것에 사과하고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적극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시작하며 검찰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하얀장미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서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 이후 사회 각지에서 '미투'(Me too) 고백이 잇따르는 한편 응원한다는 의미의 '위드유'(with You)도 이어지고 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당신과 함께 한다'는 뜻으로 흰 장미를 들고 서 검사를 응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흰 장미는 '#Me too' 운동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 그래미상 시상식에 참석한 연예인이 일제히 가슴에 달았던 것으로 '반(反) 성폭력 연대'를 상징한다.

◇'1월30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MeToo 그리고 WithYou"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뉴스1

서 검사의 고백 후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44)도 본인이 당한 성추행 경험을 털어놓으며 '미투 캠페인'에 동참했다.

이 의원은 지난달 30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서 검사와 유사한 경험이 있음을 암시했다. 그는 "변호사였을 때도 못했던 일. 국회의원이 돼서도 망설이는 일. 그러나 #MeToo 그리고 #WithYou"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3일 밤 방송될 YTN '시사 안드로메다' 녹화장에서 해당 글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자신의 과거 성추행 피해 경험과 함께 심경을 털어놨다. 이 의원은 "(13년 전) 변호사 시절 문제점을 제기하고 사회적 이슈에 목소리를 내던 한 사람이었지만 개인적 문제를 공론화하기는 어려웠다"면서 "변호사 취업과정에서 (성추행을 당했으며, 가해자인) 그분은 검사장 출신 모 로펌 대표였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그 로펌에 고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또 다른 고용시장에 던져지는 마당에 불미스러운 일에 초점이 맞춰졌을 때의 제 진로가 걱정됐다"며 당시 성추행에 대응하지 못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전문직 여성이 더 당당할 것 같지만 가장 두려운 게 뭔지 아냐, 앞에 '여성'이라는 말이 붙는 것"이라면서 "여성으로서 피해자가 되었을 때 나로서는 그 여성성이 전문성을 훼손하는 느낌, 그리고 그 꼬리표를 계속 가지고 가는 것이 부담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지현 검사 입장이 돼서 생각해봤다. 서 검사도 수사권을 행사하고 피의자를 심문하는 검사로 전문적인 능력으로 인정받고 싶지 사적인 피해를 통해 자신이 규정되는 것이 낯설고 두려웠을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용기를 냈다면 나도 이런 고민을 뒤로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월31일' 이효경 경기도의원… "성희롱, 다반사"

이효경 경기도의원. /사진=이효경 경기도의원 페이스북

이효경 경기도의원(55·민주당·성남1)도 자신이 당한 성희롱 경험을 털어놨다.

지난달 31일 이효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처럼 세고 무늬만 여자인, 나도 거의 다반사로 성희롱 당한다"며 입을 열었다.

이 의원은 자신이 겪은 성희롱 사례로 △오후 10시에 노래방으로 불러내는 것 △만취한 상태로 새벽 시간대에 "사랑한다"고 전화하는 것 △엉덩이가 왜 이렇게 크냐고 비아냥대는 것 등을 들었다.

이 의원은 6년 전 소속 상임위원회 연찬회에서 회식 후 의원들과 동행한 노래방에서 한 동료(남성) 의원이 자신 앞에서 바지를 벗은 적도 있었다면서 당시 "밤새 내가 할 수 있는 욕을 실컷 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경남 통영지방검찰청으로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는 꽃바구니가 속속 도착하고 있다. 통영지청은 두달 간 병가를 내고 휴식을 취하는 서 검사에게 전달이 어렵다는 이유로 꽃바구니를 받지 않고 있다./사진=뉴스1

이 같은 미투 열풍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일 오후 2시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 검사를 보호해 달라거나 가해자를 처벌해달라는 등 서 검사를 지지하는 취지의 국민청원이 약 150건 올라왔다. 경남 통영지청에는 병가를 낸 서 검사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꽃바구니가 쇄도하고 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부 교수는 미투 열풍에 대해 "한국사회 곳곳에 구조적으로 만연해 있던 일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라면서 "과거 표준문화처럼 유통되던 마초적·남성적 문화가 조정·자정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는 이행기로서 앞으로 이런 용기있는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용기내 고백한 자들을 문제를 일으킨 사람처럼 취급하면 보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