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블록체인 기반 은행간 자금이체, 효율성·복원력 떨어져"

머니투데이

권혜민 기자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블록체인(분장원산기술) 기반의 은행간 자금이체 시스템을 테스트해 본 결과 기존 방식보다 시스템 효율성과 복원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 사업의 일환으로 분산원장기술 기반 은행간 자금이체 모의테스트를 실시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13일 밝혔다.

금융정보화추진협의회는 16개 은행과 3개 증권·보험사, 금융결제원 등 6개 유관기관 등 28개 기관으로 구성된 기관이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가 의장을 맡고 있다.

한은은 현재 금융기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인 '한은금융망'의 기능 중 은행간 자금이체 업무에 분산원장기술 활용을 모의 테스트했다. 분산원장기술의 현실 적용 가능성을 점검하고 한계점을 파악해보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블록체인 컨소시엄 R3CEV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R3CEV는 지난 2015년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의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구성됐고, 국내에서도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은행이 참여하고 있다.

모의시스템은 거래은행 5개와 한은 등으로 구성했고, 과거(2014년 3월3일) 140개 한은금융망 참가기관의 실제 자금이체 데이터 9301건을 사용했다.

테스트 결과 현재의 분산원장기술을 이용한 은행간 자금이체는 권한이 없는 자의 시스템 접근을 정상적으로 차단하고, 참가기관이 확대돼도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보안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처리 속도 지연, 장애시 복구 곤란 등 효율성과 복원력은 기존의 방식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9301건의 지급지시 처리에 현재(9시간)보다 2시간33분이 더 걸렸다. 또 현재 기술 수준에선 시스템 장애시 복구 가능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한은은 "기본적으로 분산원장기술의 거래기록 검증과정이 중앙집중형 시스템에 비해 복잡하기 때문에 처리 속도가 지연됐다"며 "장애시 복구가 곤란한 것은 비밀유지를 위해 정보공유 범위를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앞으로도 관련 연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한은 관계자는 "분산원장 관련 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 점을 감안해 업계의 동향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하겠다"며 "관련 기술의 현실 적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테스트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 여부와는 무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