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韓정부 호응했지만 불씨는 여전…엥글 사장 내주 또 방한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이 20일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 여야 원내지도부와 포토타임을 마친 뒤 면담을 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있다./사진=이동훈 기자

GM이 7200억원 규모의 차입금 회수를 보류하면서 긴박했던 ‘군산공장 폐쇄 사태’가 한숨 돌리는 모습이다. 다만 회수 보류 기간이 한국GM 실사 이후로 한정적이어서 안심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4월에도 1조원 규모의 차입금 만기가 예정돼 있어 일시 상환 부담은 더 커졌다.

이에 다음주 다시 한국을 찾을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GM 해외사업부문(GMI) 사장이 어떤 답변을 갖고 올지 주목된다. 엥글 사장이 방한하면 한국GM 이사회가 다시 열릴 것으로 전해진다.


23일 열린 한국GM 이사회에서 GM은 이달 말 만기도래하는 7220억원의 채권 회수를 보류한다고 결정했다. 당초 안건에서 함께 논의될 것으로 예상됐던 ‘부평공장 담보 제공’은 논의되지 않았다.

업계는 GM이 한국 정부의 3가지 원칙 제시에 대한 호응으로 차입금 회수를 미룬 것으로 분석한다. 협상과정에서 7220억원의 차입을 회수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 지속 가능성이 의심받을 수 있어서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GM 측에 △회사 정상화를 위한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학 △이해관계자(경영진·노조·주주)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을 제시하고, 빠르게 실사하겠다고 밝혔다.


GM도 한국 정부의 3대 원칙에 동의하며 실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GM과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실사하기로 합의했는데, 실사에는 2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 관계자는 "GM이 한국 시장 철수보다는 사업 유지한다는 대전제를 갖고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노조의 협력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하다. 차입금 회수 보류 기간이 짧고, 추가적인 만기 연장이나 이자율 인하 등이 논의되지 않아서다. 이날 이사회 참여한 산은 추천 사외이사들은 추가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를 통해 GM의 사업 연장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가 끝난 뒤에 언제든지 GM이 말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또 4월 초 만기 채권규모도 9880억원에 달해 일시 상환 부담이 더 커진 것도 문제다. 이번 보류된 차입금을 더하면 채권 규모는 1조7100억원까지 늘어난다.

산은이 보유하고 있는 소수주주권도 언제든지 위협 받을 수 있다. GM이 일방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해 산은의 지분을 15%이하로 낮추면 공장담보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소수주주권은 사라진다. 과거에도 GM은 일방적인 유증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업계는 다음주 엥글 사장의 방한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답변을 GM본사로 가져가 논의한 결과를 갖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GM은 엥글 사장 방한 이후 이사회를 다시 개최해 차입금 만기 연장 여부 등을 다시 논의할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결정의 시간을 뒤로 미룬 것뿐 아직 확실하게 확정된 것은 없다”며 “GM입장에서는 칼자루를 쥐고 한국 정부와 노조 등의 움직임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