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없는데 180억 벌금…박근혜 前대통령, 어떻게 되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에 넘겨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6일 1심에서 징역 24년 및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20여년간 옥살이를 해야 한다. 지난해 3월31일 구속돼 이미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한 기간만큼은 형량에서 빠진다.

문제는 벌금이다.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은 70억원대로 추정된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으로 파면되기 전인 2016년 말 옛 서울 삼성동 자택 27억1000만원과 예금 10억2820만원 등 총 37억3820만원을 신고했다. 그는 이후 삼성동 자택을 67억5000만원에 팔고 28억원을 들여 서울 내곡동 자택을 마련했다. 이 재산으로는 현재 선고된 벌금의 절반도 낼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박 전 대통령의 재산 중 약 58억원이 동결된 상태라는 점이다. 앞서 검찰은 국가정보원에서 특수활동비 36억50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후 그의 내곡동 자택과 유영하 변호사에게 전달된 1억원짜리 수표 30장 등에 대한 추징보전 청구를 법원에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추징보전이란 범죄로 얻은 불법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에 빼돌릴 것에 대비해 양도나 매매 등 일체의 처분 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불법 재산을 몰수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때 청구한다.

검찰은 국정원 특활비를 박 전 대통령이 사용했다는 점에서 추징보전을 청구했지만,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뇌물은 박 전 대통령이 아닌 최씨에게 대부분 이득이 돌아갔다는 점에서 추징보전을 청구하지 않았다.


현재 박 전 대통령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은 10억여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180억원의 벌금을 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은 노역장에 유치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에게 180억원의 벌금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3년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밝혔다.

이때 징역형이 먼저 집행되는지, 벌금을 내지 않아 받은 노역형이 먼저 집행되는지는 형을 집행하는 검찰의 손에 달려있다. 형사소송법과 대검찰청 등에 따르면 더 무거운 형을 먼저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24년의 징역형을 먼저 살고, 그 뒤 노역형을 살게 된다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의미다.

다만 형법상 벌금의 시효가 5년이라는 점이 변수다. 형이 확정된 뒤 5년간 벌금을 내지 않으면 집행이 면제된다. 이 때문에 검찰은 5년 내에 피고인이 벌금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한다. 박 전 대통령이 숨겨둔 재산이 있는지 찾는 작업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5년이 지나기 전에 180억원의 벌금을 찾아내지 못하면, 징역형 집행을 중단하고 노역형을 먼저 집행한다. 노역형이 끝나면 다시 징역형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형이 확정된 기결수용자들은 징역형보다 벌금형에 따른 노역장 유치를 먼저 집행받는 것을 선호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징역형과 벌금형이 선고된 기결수용자들의 경우 '형의 집행 변경 신청'을 해 노역형을 먼저 소화하는 사례가 잦다"며 "벌금형은 돈으로 내는 것이 원칙이라는 점에서 벌금형을 먼저 처리하지 않으면 추후 가석방이나 사면 등을 받을 때 불이익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재판 보이콧'을 하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이 노역형을 먼저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그가 판결에 연연하지 않고 '정치보복 피해자' 프레임을 통해 정권교체 후 특별사면을 노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내란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이 확정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도 그해 12월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특별사면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