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금지' 경고에 삼성證 직원 주식 더 팔아

지난 6일 삼성증권 (38,200원 ▼150 -0.39%) 착오배당사태 당시 유령주식을 시장에 유통시킨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이 회사의 매도금지 공지를 보고도 오히려 주식을 더 판 것으로 드러났다.

허술한 배당과 주식매매 시스템에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파장을 키운 이번 사태에서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성 결여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직원 16명이 유령주식을 판 6일 오전 9시35분 부터 오전10시5분까지 삼성증권 거래량은 682만5104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삼성증권에서 나온 유령주식은 501만3000여주다. 주가급락에 따른 일반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제외하면 대부분 삼성증권에서 쏟아져 나온 물량이다.

시간대별 거래량을 살펴보면 삼성증권이 직원들에게 매도금지 공지를 한 오전 9시45분 이전 거래량은 65만591주에 불과했다. 평소 하루 거래량에 육박하지만 시장 충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전 9시44분 종가도 3만8900원으로 전일 대비 2.3% 하락에 그쳤다.

본격적인 매도세는 사내에 매도금지 공지가 나오면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오전 9시51분 사내망을 통해 "직원계좌 매도금지" 팝업 공지가 2차례 나온 직후 거래량이 급등했다.


오전 9시53분 32만8288주까지 뛰어오른 거래량은 57~58분 각각 102만5501주, 196만8192주로 치솟으며 주가를 12% 가까이 끌어내렸다. 매도 금지 공지가 오히려 직원들의 주식매도를 부추긴 셈이다.

배당착오 사실을 파악한 시점부터 직원 주식거래를 차단하기까지 37분이나 걸린데다, 주식매매금지 공지를 오히려 악용한 직원들이 나오면서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불가피하다.

한편 삼성증권은 이들 직원 16명으로부터 주식계좌를 이임 받아 유령주식 물량을 확보 중이다. 사태 당일 기관으로부터 241만주를 대차하고 장내매수로 260만주를 확보했는데, 대차물량을 추후 장내매수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배당착오를 일으킨 직원과 관리자, 유령주식을 시장에 내다판 직원 20여명을 대기 발령하고 징계절차를 논의 중이다. 유령주 매매계약 이행을 위한 주식 대차와 피해자 보상이 끝나면 문제 직원들을 상대로 구상권(비용을 우선 지급한 뒤 발생원인을 제공한 사람에게 배상을 청구할 권리)을 주장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삼성증권 직원의 유령주 매각은) 도덕적 해이이자, 직업윤리로 봐도 용납할 수 없다"며 "문제가 있다면 엄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이날부터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서는 등 문제 직원과 증권사에 대한 제재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