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 총량제한 결정 미룬 정부…커지는 이통사 갈등

"KT는 2011년 경매에서 할당받는 800㎒ 주파수에 투자를 전혀 안 했다. 주파수를 낭비한 것. 주파수 낭비한 사업자는 경매 참여를 제한해야 하는 것 아니냐"(임형도 SK텔레콤 상무)

"총량제한 높여서 많이 가져가겠다는 SK텔레콤은 부자니까 더 가져가야한다는 재벌식 발상이구나 생각했다"(김순용 KT 상무)


"가입자가 한 명도 없는 5G(5세대 이동통신)에서 (SK텔레콤이) 가입자가 가장 많을 것이라고 추정해서 더 많은 주파수 달라는 것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끌고가려는 욕심으로 밖에 안 보인다"(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

정부가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 방안을 정하며 특정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한의 주파수 폭인 '총량제한' 결정을 미루면서 이동통신사간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총량제한을 최대한으로 늘려 시장 수요에 맞는 주파수 할당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총량제한을 낮춰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회 5G 주파수 경매 방식 토론회…총량제한 두고 '갑론을박'=25일 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이 주최한 '5G 주파수 경매방식 점검 토론회'에서 이동통신 3사는 총량제한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앞서 정부는 5G주파수 경매방식을 결정하면서 총량제한을 100㎒,(37%) 110㎒(40%), 120㎒(43%) 3개 안을 두고 향후에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놓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간 의견은 크게 갈린다. 임형도 SK텔레콤 상무는 "100㎒로 제한할 경우 주파수를 나눠먹자는 것 밖에 안된다"며 "시장 경쟁에 역행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실질적으로 담합을 유도하는 위험한 발언"이라며 직설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임 상무는 "5G 초기 기기변경 수요 등을 감안해야 하고 더 많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순용 KT 상무는 "3.5㎓ 대역은 유일한 5G 전국망에 사용되는 주파수"라며 "모든 사업자가 주파수가 많이 필요하지만 양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간 갭을 줄이는 것이 맞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특히 "110㎒로 총량제한을 할 경우 최악의 경우 110㎒, 110㎒, 60㎒을 각각 가져가는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는데 이 경우 한 사업자는 시작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는 "이제 시작하는 5G 시장에서 가입자가 많다고 많은 주파수를 가져가는 것은 현재 시장 지배력을 5G에서도 가져가겠다는 주장"이라며 "5G 경쟁을 동일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하려면 대등한 분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파수 대가 6조~8조원 전망…5G 인프라 확충 정책목표에 맞도록 수립돼야"=최저경쟁가격 등 주파수 대가에 대해서는 높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특히 3.5㎓ 대역의 주파수 할당 폭이 당초 300㎒에서 280㎒로 줄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며 낙찰가가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기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3개 사업자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충분히 재정을 확보할 수 있는 경매 방식으로 디자인 됐다"고 평가하며 "과거 경험이나 외부사례를 보면 경쟁이 치열할 경우 1.5~2배 정도 올라간다고 보면 6조~8조원 정도에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의 경매로 사업성 등에서 문제를 겪은 해외사례 등을 감안하고 정부의 5G 주파수 경매 정책 목표가 5G를 세계최초로 상용화해서 서비스 혁신을 지원하고 파급효과를 창출한다는 것이라면 (경매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정책목표와 거리가 있을 수 있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반면 박덕규 목원대학교 교수는 "과거 유찰되면서 낙찰가가 떨어진 사례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최저경매가격이 높다, 낮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6조원까지 올라갈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총량 제한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성우 바른미래당 전문위원은 "주파수 대가 상승은 통신원가에 포함되고 통신비 인상으로 이어져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최저경쟁가격 적정성과 합리성을 알 수 없는 구조인데 최저경쟁가격 결정 과정과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파수 대가가 통신 이용자를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1.8%에 불과하다"며 "이용자 복지를 위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