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이 기억하는 故 구본무 회장 "배려심 깊은 사람"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21일 오전 고(故) 구본무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과의 인연을 떠올리고 있다/사진=이정혁 기자

반기문 전 국제연합(UN) 사무총장은 21일 고(故) 구본무 LG (79,200원 ▲1,300 +1.67%) 회장의 빈소를 찾아 고인과의 생전 인연을 떠올리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날 오전 9시55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구 회장의 빈소를 찾은 반 전 총장은 20분여 조문을 마치고 장례식장을 나서면서 고인에 대해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반 전 총장과 구 회장의 인연은 14년 전 한국행 비행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 전 총장은 이때 고인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당시 권오규 청와대 경제수석과 함께 영국에서 열린 경제 로드쇼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탄 반 전 총장은 좌석 독서 램프가 고장난 것을 발견했다.

마침 반 총장의 바로 옆자리에 앉았던 구 회장은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지만 두 보좌관은 자료를 봐야 할테니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했고, 결국 바꿔 앉은 추억을 떠올렸다.

이 같은 고인의 배려에 대해 반 전 총장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후에도 저녁식사를 같이 하고 장관 공관에 구 회장 내외를 초청하는 등 인연을 이어갔다고 했다. 반 전 총장은 "사모님도 오늘 그 말씀을 하시더라"라고 전했다.

UN 사무총장 공관에 있는 각종 전자기기 등이 LG전자 (90,800원 ▲200 +0.22%) 제품으로 채워진 일화도 반 전 총장은 소개했다. 고인이 '공관에 혹시 전기제품이 필요하면 내가 한국 제품으로 해드리겠다'고 제안해 당시에는 단순한 인사말로 생각했지만, 공관 공사가 끝나고 가보니 모든 제품이 LG전자 제품으로 채워진 에피소드다.

반 전 총장은 "구 회장이 '내가 머리 수술을 받아서 몸이 좀 불편해서 목소리도 잘 안나온다. 좀 지난 다음에 나을테니 그때 만나자'고 말했다"며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때 문병이라도 했었으면 하는 자책감이 든다"고 크게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기업도 투명하게 잘 하시고 모범적인 모범을 남겼다"며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기업인인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