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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기후변화 ‘검은 코끼리’를 마주하며

머니투데이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입력 : 2018.07.2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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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소개한 이 단어는 ‘검은 백조’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검은 백조란, 백조가 검은색이 될 확률처럼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일이 실제로 벌어져서 큰 충격을 주는 것을 뜻한다. ‘방 안의 코끼리’는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는 문제를 의미한다. 이 두 가지 의미가 합쳐진 ‘검은 코끼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사건이란 걸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모두 모르는 척 해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프리드먼은 그의 칼럼을 통해 “한 무리의 환경적(environmental) 검은 코끼리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밝혔다. 큰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선뜻 해결에 나서지 못하는 환경 문제, 바로 기후변화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리는 눈앞을 성큼성큼 걸어 다니는 기후변화 코끼리를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날씨가 변덕스러워지고 더위와 추위가 심해졌다는 정도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당장 눈앞의 경제적 이익을 포기할 수 없어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후변화 문제는 분명히 우리 방 안에 있고,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가 ‘기후변화로 인해 극단적인 더위와 강우가 늘고 있다’고 지적한 것 같이,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가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함께 참여한 파리협약처럼 전 지구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6위이며, 온실가스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기후변화라는 검은 코끼리가 계속 커가고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한 결과가 우리 눈앞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한 정부는 지난 18일 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 수정안’을 의결하였고, 향후 24일 국무회의서 확정될 예정이다. 주요골자는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비율을 32.5%까지 늘리고, 해외 감축량을 줄인다는 내용이다.

그 동안 해외 감축은 실현 가능성이 낮고,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국내 감축량을 늘리고 각 부문별로 부담을 분배한 것이다. 강화된 목표를 이행하기 위해 정부는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확대하고 분야별로 에너지 효율화와 수요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다. 산림흡수 활용방안이나 수소경제 인프라 구축 같은 감축방안도 검토한다. 비이산화탄소(Non-CO2) 온실가스 저감 기술, 이산화탄소포집·저장기술(CCS)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 있는 R&D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역량 강화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기회다.

일부 산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세계 시장은 신기후체제 패러다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오히려 살아남기 어려워질 수 있다. 최근 블룸버그가 발표한 신에너지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분야에 11조 5,000억 달러가 투자되고 이 중 86%가 풍력, 태양광 등 제로(zero) 탄소 기술에 투입될 전망이다. 애플, 이케아 등 글로벌 기업들은 사용 전력 100%를 신재생에너지로 이용하는 ‘RE100’에 가입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신성장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기후체제 시장 선점을 위한 미래지향적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는 2015~2017년 온실가스 로드맵 1차 계획기간을 거치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기초 체력을 갖춰왔다. 이제 본격적으로 실전 무대에 올라 온실가스 감축을 향한 우리의 역량과 강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제는 방 안의 검은 코끼리를 똑바로 직시해야 할 때다.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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