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2심서 징역 20년·벌금 200억…벌금만 가중

최순실씨 / 사진=홍봉진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40년 지기'이자 '비선실세'인 최순실씨가 2심 선고공판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 선고를 받았다. 벌금액은 1심 18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문석)는 24일 오전 11시 서울법원종합청사 312호에서 열린 최씨의 뇌물, 강요 등 사건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이용해 대기업에 출연을 강요하는 등 이익을 추구했다.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고 역할을 축소하며 '자신을 '국정농단 사건 기획의 피해자'라고 하는 등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 추징금 70억5281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 2월에 열린 1심에서 최씨는 총 13개 혐의 중 11개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 징역 20년에 벌금 180억원, 추징금 72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날 2심 선고형량은 1심과 징역 형기는 같지만 벌금이 20억원 가중됐고 추징금이 소폭 줄어들었다.

최씨에 적용된 주요 혐의 중 △롯데로부터의 K스포츠재단 관련 뇌물 수수 △SK에 대한 K스포츠재단 관련 뇌물 요구 △최씨 딸 정유라씨에 대한 삼성으로부터의 승마 지원 뇌물수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관련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 △삼성으로부터의 미르·K스포츠재단 뇌물수수 등 5가지 뇌물 혐의를 비롯해 주요 대기업에 대한 일련의 직권남용·강요 등 총 13개가 박 전 대통령의 혐의와 중복된다.

이날 재판부는 최씨가 박 전 대통령과 공모해 주요 대기업들로 하여금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원의 출연금을 내도록 했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및 강요 혐의에 대해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 1심에서는 이 혐의에 대해 유죄로만 인정했으나 2심은 직접적으로 최씨 등에 의해 권리행사가 방해됐거나 강요를 받은 이를 특정해 결과적으로 '일부 유죄' 판결이 나왔다.


현대차그룹, 롯데그룹에 대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등 혐의에 대해서도 2심은 1심에 비해 유죄 인정 범위를 소폭 줄였다. 포스코로 하여금 펜싱팀을 창단케 하고 최씨 측 더블루케이에 매니지먼트를 맡기도록 강요했다는 등 혐의에 대해서도 모두 유죄를 인정했던 1심에 비해 유죄 인정 폭이 좁혀졌다.

KT의 인사채용과 특정 인사의 전보 조치 등에 관여한 행위, GKL에 대한 직권남용 및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혐의 등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2심에서도 유죄 판단이 나왔다.

삼성으로부터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1심과 다른 판단이 많았다. 1심 재판부는 최씨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수수를 약속받은 213억원 부분 전부에 대해 무죄로 봤지만 2심에서는 액수를 명확히 지적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유죄'로 인정했다.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관련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였다. 1심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명시적으로든 묵시적으로든 '부정한 청탁'을 받은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이 부회장과 관련한 (삼성 승계 현안 등) 묵시적 청탁과 후원금 사이에 대가관계가 존재한다"며 16억원 상당의 뇌물수수 혐의를 추가로 유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1심과 마찬가지로 정씨에 대한 승마지원 부분에 대해서도 말과 용역대금, 차량 사용 이익 등에 대해서도 뇌물수수 유죄로 판단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의 출연금에 대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로 판단했다.

한편 최씨는 딸 정씨의 이화여대 입학 등 과정에서의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최씨가 이번 국정농단 사건으로 받은 선고형이 유지될 경우 최씨 역시 23년을 복역해야한다.

최씨와 주요 혐의에서 공범으로 지목된 박 전 대통령은 최씨보다 한 시간 앞서 항소심 선고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1심(징역 24년)보다 형기가 가중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에 선고된 벌금액(200억원)도 1심 선고(180억원) 때에 비해 가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