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인하 군불 때는 與…기재부는 '난색'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지난 2일과 4일 국회에서 증권거래세(거래세)를 주제로 한 정책토론회가 연달아 열렸다. 거래세 인하·주식 양도차익 강화에 방점이 찍힌 토론회였다. 행사를 각각 주최한 김철민 의원, 최운열 의원도 거래서 인하를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이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인 점을 감안할 때 여당에서 군불을 때는 모양새다.

이해당사자인 금융투자업계뿐 아니라 관련 부처인 금융위원회도 지금이 거래세를 낮출 '적기'라고 힘을 보탠다. 하지만 세금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시기상조'라며 난색을 표한다.

거래세는 이익·손실 여부에 관계없이 주식을 팔 때 낸다. 개인 기준으로 모든 투자자인 약 500만명이 잠재적 과세 대상이다. 거래세 세율은 △코스피 0.15%(농어촌특별세 포함시 0.3%) △코스닥·코넥스 0.3% △비상장주식 0.5%다.

반면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은 일정 기준을 충족한 대주주다. 지난해 6월 기준 약 8000명이다. 대주주 기준은 코스피의 경우 종목별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액 15억원 이상이다. 보유액 하한선은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으로 낮아진다. 양도세를 내야 할 대주주가 많아진다는 의미다.

거래세 인하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500만명 대 8000명'이란 숫자의 간극에서 출발한다. 금투업계는 거래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고 양도세 과세 대상은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 원칙을 앞세운다. 기재부도 이 방향엔 동의한다. 양측이 엇갈리는 지점은 거래세를 언제 조정할지, 즉 타이밍이다.

금투업계는 거래세 세율을 0.1%로 완화하는 동시에 양도세 과세 대상을 일부 대주주에서 일반 투자자로 넓힐 것을 원한다. 현행 거래세 체계가 주식시장 활성화에 걸림돌이라고 인식한다. 거래세가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키운다고 봐서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입어도 거래세는 내야 하는 점을 한계라고 지적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뉴스1

이중과세도 문제라고 본다. 주식 양도차익이 발생한 일부 대주주는 양도세, 거래세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 대주주 기준 강화로 앞으로 이중과세 납세자는 증가한다. 2021년 적용될 양도차익 과세 범위(종목별 지분율 1% 이상 또는 보유액 3억원 이상)를 고려할 경우 이중과세 대상은 8000명에서 7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금융위 관계자는 "2021년까지 대주주 요건이 강화돼 이중과세 문제는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거래세 조정에 앞서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김철민 의원에게 보낸 입장문에선 '거래세 인하는 주식 양도세 전면과세 시행 시점에 검토할 사안'이라고 못 박았다. 양도세 과세 대상은 범위가 넓어지더라도 전체 투자자 숫자에 비하면 매우 적다고 강조한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세를 낮추면 과세 공백이 커진다고 우려한다.

기재부는 거래세 세율을 0.1%포인트 인하하면 세수(2017년 기준)가 2조10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거래세 수입은 농어촌특별세를 포함해 6조2828억원이었다. 양도세 과세 대상 확대 역시 세율이 높기 때문에 점진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주식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자가 전체 투자자의 1~2% 밖에 안되는 상황에서 거래세를 낮추는 건 이르다"라고 말했다.

거래세 인하가 주식시장에 끼칠 파급력을 두고도 이견이 있다. 금투업계는 거래세 인하가 주식 거래량을 늘려 세금도 세율을 낮추기 전보다 더 많이 걷힐 것이라고 예상한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세 세율을 낮추면 차익 거래, 위험 회피를 위한 헤지 거래 등이 늘어 세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단기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상엽 조세재정연구원 조세정책연구실장은 "전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 지분은 20~30%에 불과하지만 거래세는 기관, 해외 투자자보다 더 낸다"며 "개인 투자자가 빈번하게 거래한다는 의미인데 세율 인하는 단기 투자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