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3 대책 효과 먼저 보자"…RTI 비율은 유지

정부가 부동산 임대업 개인사업자에 대한 대출 규제인 'RTI(임대업 이자상환비율)'은 현행 수준으로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기준 조정시 전세 공급 축소, 임대료 인상 등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해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앞서 9·13 부동산 종합대책 당시 내놓은 임대업대출 규제 강화 효과를 먼저 살펴본 뒤 추가 조정여부를 추후 검토하기로 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눠 산출한다. 현재 설정된 RTI 비율은 아파트 등 주택이 1.25배, 상가 및 오피스텔 등 비주택은 1.5배다. 예컨대 임대사업자가 연간 1000만원이 이자비용으로 나간다면 주택의 경우 임대소득이 1250만원, 비주택은 1500만원 이상이 돼야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3월부터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을 통해 은행 자율적으로 RTI 규제를 운영하도록 했다.


금융당국은 이전부터 RTI 비율은 현행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임대업자가 대출을 위해 임대료를 올려 부담이 서민층 및 자영업자로 전가되는 악순환을 우려해서다.

RTI 기준을 지금보다 강화하면 주택임대업자의 경우 연간 임대소득을 높이기 위해 기존 전세를 월세로 전환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전세 공급이 줄면 그만큼 서민층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및 주거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상가, 사무실 등 비주택도 임대료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생계부담이 커지게 된다.

대신 그간 금융회사들이 자율적으로 운영했던 RTI 기준미달 임대업대출에 대한 예외취급 한도를 없애고 예외사유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RTI를 운영하는 4개 은행 모두가 가이드라인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감독원이 4개 은행의 점검한 결과 4개은행 중 3곳이 예외취급 한도를 1조원 수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은행들은 RTI가 0인 경우에도 대출을 취급해주는 등 기준에 미달돼도 대출을 실행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RTI 산출시 임대차계약서를 확인하지 않고 추정 임대소득을 쓰거나 임대건물의 기존 대출 이자비용을 반영하지 않는 등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예외사유는 원칙적으로 폐지하지만 기타소득으로도 상환능력을 증명할 수 있다면 여신심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대출을 취급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주택 1배, 비주택 1.2배 등 최소 RTI 기준이 충족되야 한다.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수익이 비용을 넘지 않는 경우까지 예외 대출을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임대소득 산정시 추정소득 역시 원칙적으로 사용이 금지된다. 다만 신규 상가 분양, 신축건물 구입 등 임대소득을 산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해 인정비율 설정, 전결권 상향조정, 증빙서류 첨부 등 요건을 강화해 추정소득 활용을 허용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