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美 대중 무역정책 비판…"中 훔치던 시대 갔다"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미국 반도체제조기업 인텔은 지난해 4월 인도 방갈로르에서 '인공지능(AI)의 날' 행사를 개최했다. 사진은 행사장에 걸린 AI 간판의 모습. /AFPBBNews=뉴스1

미국 실리콘밸리의 IT기업들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무역정책을 '불완전'하다고 비판했다.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드 블랙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국의 대중무역정책을 놓고 "세심하게 계획된 정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CCIA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인텔, 엔비디아 등이 속한 기업 연합단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주 국가 안보와 관련 14개 신기술 분야의 부품 및 기술 수출 규제, 중국의 투자 제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내달 19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쳐 새로운 수출 통제 리스트를 공개할 예정이다. 당시 상무부가 공개한 목록에는 인공지능(AI), 생명공학, 데이터분석, 머신러닝 등 첨단 IT 기술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 모두 CCIA 소속 기업들이 차세대 산업으로 보고 막대하게 투자하는 분야다.

그러나 IT 전문가들은 상무부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블랙 CEO는 "정부가 하고 싶은 일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서 "정부가 아직 (무역문제에 대한) 완벽한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이들이 정책 효과를 지적하는 이유는 AI 같은 첨단기술에 대한 정보가 이미 국경을 넘어 전세계에서 자유롭게 공유되고 있기 때문이다. 첨단기술에 대한 연구 성과는 기업 연구실이 아닌 학계에서 발표되며, 중국 역시 정보를 공유한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만 수출 제한을 받게되면 오히려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해 뒤처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 IT 전문 로비스트는 FT에 "미국 정부는 공급체인을 국내로 들여오면 중국이 자국 기술을 훔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매우 위험한 오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국이 지적재산권과 기술을 훔치기만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말하고 "중국과 경쟁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