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정부업무평가 최하등급 추락…괘씸죄에 걸렸나

2017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던 통계청이 지난해 평가에선 가장 낮은 '미흡'으로 추락했다. A학점 맞던 모범생이 1년새 C학점 문제아로 찍힌 것과 다름없다. 지난해 현 정부가 주창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통계 결과를 부각하지 못해 전 청장이 경질된 여파가 반영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2일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실장 노형욱)이 대통령에 보고한 43개 중앙행정기관 2018년 정부업무평가에서 통계청은 C학점에 해당하는 '미흡' 지적을 얻었다. 국조실은 평가와 관련해 "정부업무평가위원회(공동위원장: 국무총리, 남궁근 서울과기대 교수)에서 심의의결(1.18)하고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을 위해 부문별로 민간전문가ㆍ정책수요자 등 총 540명으로 구성된 평가지원단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평가는 △일자리ㆍ국정과제(비중 65) △규제혁신(10) △정부혁신(10) △정책소통(10) △소통만족도(5) 등 6개 부문으로 나누어 이뤄졌고 여기에 지시이행 점수(+,- 3)가 반영돼 기관별로 합산됐다. 통계청은 각 부문별로 일자리·국정과제 분야에서 '미흡'을, 정부혁신 부문에서는 '우수'를, 정책소통 부문에서 '보통'을, 소통만족도 부문에서 '보통'을, 기타(지시이행) 부문에서 '미흡'을 받았다. 규제혁신 부문 평가는 생략된 종합 평가에서 '미흡'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국조실은 부처별 평가 세부점수를 공개하진 않았고, 6개 평가부문에서 어떤 성과와 보완 사항을 감안 했는지를 정성적으로 열거했지만 통계청에 대한 언급은 빠졌다. 정현용 국정과제 관리관은 이에 대해 "통계청이 첫째로 일자리 관련 분기별 지표 과제 수행기간을 지키지 못했고, 둘째로 지난해 연초 가계소득에 관한 모집단을 혼동해 통계의 계속성에 대한 혼란을 일으킨 점이 문제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계청 내부에선 공식적인 평가보단 괘씸죄가 이번 평가에 결정적인 변수가 아니었겠느냐는 푸념이 나온다.


통계청은 지난해 8월 26일 황수경 전 청장이 면직되면서 "통계가 정치적 도구가 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였다"고 사실상 항명에 비슷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켜서다. 황 전 청장은 이임식을 마치고선 기자들에게 "제가 그렇게 (윗선의) 말을 잘 들었던 편은 아니었다"고 덧붙여 의구심을 부추겼다. 현 정부가 주창한 소득주도성장의 긍정적인 통계 결과를 부각하지 못해 문책을 받은 것이라는 뉘앙스를 남긴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이 문제는 야권의 청와대와 정부에 대한 공세로 이어졌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의 촉매가 됐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