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6근무 예찬' 마윈의 성공법 구설…일을 사랑하면 안 길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AFPBBNews=뉴스1

"기업가뿐 아니라 성공한 예술가, 과학자, 운동선수, 관료, 정치인들은 기본적으로 996(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주6일 근무) 이상으로 일한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996근무'를 적극 지지한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마 회장은 지난 14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996을 다시 논한다. 결론보다는 이성적 토론과정이 중요하다"며 996근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진정한 996은 단순한 야근이 아니고 착취와 관계없다"며 "초과근무수당을 위해 996 하는 사람들은 오래 가기 어렵다"고 전했다.

마 회장은 이어 "좋아하는 일을 찾으면 996이라는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장을 찾는 건 결혼 상대를 찾는 것과 같다"면서 "진짜 사랑하면 시간이 길다고 느끼지 않지만 부적합한 결혼은 하루가 1년 같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많은 996, 심지어 007(자정에 출근, 자정에 퇴근, 주7일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면서 "피곤해서 사랑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만 진짜 사랑하면 피곤하지 않다. 996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자신의 열정과 돈 이외의 즐거움을 찾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떤 인생은 태어날때부터 돈이 있고, 공부를 잘하기도 하는 불공평이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지는 공평도 있다"며 "24시간을 어떻게 보내는 지가 어떤 인간이 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 회장은 996에 대한 자신의 글에 욕하는 댓글이 마구 달리고 "자본가의 이빨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사람마다 성공에 대한 정의가 다르고 행복에 대한 정의도 다르지만 일반인을 뛰어넘는 분투와 노력을 치러야 일반인에게는 없는 성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을 의식해서인지 마 회장은 기업들이 996 근무를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젊은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회사가 수십만 곳에 이르기 때문에 직원을 996으로 일하게 해 이익을 얻으려는 회사는 어리석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996은 직원들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서 996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 노동법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업무 시간은 하루 평균 8시간, 주 4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고속 성장 중인 중국 IT업계에서는 노동자들의 장시간 초과 근무가 일상이 되어 있다.

특히 최근 중국에서는 한 프로그래머가 코드 공유 플랫폼 'GitHub'에 '996.ICU'라는 페이지를 만들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 페이지는 알리바바, 화웨이, 텐센트, 바이두, 샤오미 등 장시간 근무 관행으로 악명 높은 중국의 IT업체를 지목했다. 996.ICU라는 이름은 "996근무제를 따라 일하다가는 병원 중환자실(ICU)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것이다.

이처럼 장시간 근로에 대한 중국 내 젊은이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는데도 마 회장은 또 다시 996을 옹호해 비판을 받았다. 마 회장은 지난 11일 알리바바 내부 행사에서도 "만일 당신이 젊었을 때 996을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느냐"며 "알리바바는 하루에 편안하게 8시간을 일하려 하는 사람은 필요없다"고 말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