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2번 올린 적 없는데…자동차보험료 인상 딜레마

연초 자동차보험료가 평균 3% 가량 올랐지만 손해율(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으면서 손해보험사들이 딜레마에 빠졌다. 육체노동자의 가동 연한(정년) 상향과 한방 추나요법 급여화 등으로 최소 3.5~4%대를 인상해야 하지만 1년에 자동차보험료를 두 번 올린 경우가 드물어 보험사들이 정부의 ‘눈치’만 보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악사손해보험의 손해율은 106.9%를 기록했다. 이는 보험료로 100원을 받아 106.9원을 지급했다는 의미인데, 자동차 보험의 적정 손해율인 77~78% 임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MG손해보험도 2월 기준 손해율이 99%였다. 롯데손해보험은 91.7%로 집계됐다. 중소형사들의 실적악화가 두드러진 셈이다. 물론 대형사라고 해서 사정이 크게 나은 건 아니다. 삼성화재(86.2%), 현대해상(85.1%), DB손해보험(86%), KB손해보험(85.9%) 등 ‘빅4’도 손해율이 80% 중반으로 악화됐다.

보험료 인상에도 불구하고 손해율이 나아지지 않는 건 원가 상승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사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추가적인 인상요인이다. 일반 육체노동자의 가동 연한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돼 최소 약 1.2%의 자동차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 지난 8일부터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비급여에서 급여항목으로 전환하면서 자동차보험도 건강보험상 진료수가 기준을 따라가게 됐다. 자동차보험에서는 그간 추나요법을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해 일괄적으로 1회당 1만5307원을 지급했지만 건강보험 수가에 따라 치료비가 연동돼 47~281% 오른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이달부터 중고차 시세 하락 보상금 지급 범위가 확대돼 출고된 지 5년 이하의 차량은 사고 시 시세하락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이로 인한 추가 비용도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가 부담으로 인한 보험료 인상 요인이 명확하지만 보험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가격개입을 통해 보험료 인상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보험이어서 소비자 물가 안정을 위해 보험료 인상 요인을 전부 반영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까닭에 보험사들이 아무리 손해율이 나빠져도 1년에 두 번 보험료를 올린 경우가 거의 없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두 번 인상은 안 된다고 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총선이니까 올리지 말라고 하면 과연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겠느냐”며 “인상을 해야 하는 것은 분명한데 시기와 방법을 찾을 수 없어 총체적 난국”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 주요국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우리나라와 달리 50~60%대에 머물고 있다. 2017년 기준 미국은 68%, 영국 68.6%, 일본 57.6%, 중국 58.3%를 나타냈다.

보험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은 국가에서 보험사 건전성을 관리하다 보니 요율과 판매비를 적정하게 통제하고 있다”며 “나머지 선진국들은 요율 자율성이 있어 손해율 높으면 인상하는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