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혈당측정기, 알고보니 포장지만 국산

120억원대에 달하는 중국산 혈당측정기를 국내로 수입한 후 포장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동원, 국산제품으로 위장 수출한 업체가 세관에 적발됐다.

인천본부세관은 중국산 혈당측정기 등을 수입, 단순 재포장만 하는 수법으로 국산으로 가장해 수출한 A사 대표 K씨를 대외무역법위반 및 관세법위반 혐의로 검거했다고 26일 밝혔다.


인천세관은 A사가 수입 직후 국산으로 같은 제품을 수출하는 패턴을 포착하고 현장 확인을 통해 국내공장이 없음을 확인한 뒤 압수수색으로 국산 가장수출에 사용한 '메이인 코리아'(Made in Korea) 포장지 등 구체적 물증을 확보했다.

이를 근거로 K씨를 추궁한 결과 A사는 2014년 6월부터 2019년 2월까지 153회에 걸쳐 중국산 혈당측정기 등 약 300만점(시가 123억원 상당)을 국산으로 가장, 알제리 등 18개 국가에 수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천의대 길병원에 따르면 혈당측정기는 전세계적 당뇨환자의 증가 추세와 함께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측정기와 일회용 시험지로 구성돼 있고 각 사별 기기와 시험지가 상호호환이 불가해 혈당측정기 판매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혈당측정기 시장은 소모성 재료 시장으로 측정기를 낮은 가격에 우선 공급하고 혈당측정 시험지(소모품)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혈당측정기는 한번 구매하면 몇 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반면, 시험지는 동일 제품을 계속 구매하여 사용해야 해서다.

A사는 혈당측정기 시장에서 자사 제품의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산 제품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했고 상대국 바이어는 이 같은 원산지 변경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중국산'보다 판매가 유리하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한국산으로 원산지 표시를 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인천세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인천세관은 해외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선호하는 해외바이어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저품질 외국산 물품을 국내 수입 후 국산으로 가장, 수출할 위험이 상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찬기 인천세관장은 "국산 가장 수출 범죄는 국가신인도 하락을 유발할 위험이 크고 중장기적으로 동종 물품을 생산하는 국내 제조기업의 가격경쟁력 상실, 수출 감소, 고용 후퇴 등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산 가장 수출 방지를 위해 동종 품목을 수출입하는 기업들에 대한 수출·입 검사비율을 높이고 우범 기업에 대한 정보분석과 조사를 확대해 이 같은 불법 수출행위에 대해 더욱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20억원대에 달하는 중국산 혈당측정기를 국내로 수입한 후 포장을 바꿔치기하는 수법을 동원, 국산제품으로 위장 수출한 업체가 세관에 적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