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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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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5.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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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그 후 한달](종합)

[편집자주]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지 11일로 한달째다. 정국경색으로 내년 말까지 만들어야 할 대체입법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그 사이 현장에선 의사들도, 임신여성들도, 하물며 행정처분을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도 혼란에 빠져 있다.


산부인과 의사들 "낙태시술? 배운 적 없는데요"


[낙태죄 그 후 한달]①수련의 교육과정에 들었어도 가르치지 않아…약물중절 권고에도 수술 통한 중절 다수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조항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지 한달째. 후속 법안 마련 등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의료진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범죄 등에 따른 임신에 한해 허용해온 낙태 수술에도 의료계에선 인공임신중절 교육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2020년말 처벌조항 폐지 이후 혼란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4년차 산부인과 전문의 A씨는 제대로 인공임신중절에 대해 배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A씨는 "수련의 교육과정에 인공유산술이 포함돼 있지만 매뉴얼대로 배우는 경우는 없다"며 "대신 임신 중지를 의료윤리 과목에서 다루며 찬반토론을 한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강원도 소재 모 의대 재학생 홍모씨(32)는 "인공임신중절을 언급한 강의안이 없다"며 "자연유산 시술 등을 참관할 때 교수님으로부터 (인공임신중절에도 쓰이는) 소파술, 흡입술에 대해 짧게 설명 듣고 넘어갈 뿐"이라고 설명했다. 66년 동안 이어온 낙태 처벌 조항으로 인해 현실 의료계에서도 인공임신중절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결국 의사는 실전에서 알음알음 인공임신중절을 배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간에 따른 임신중지 방법이 다름에도 대부분 수술을 통한 중절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낙태를 경험한 여성 756명 가운데 90.2%가 수술을 받았다. 수술 시기는 평균 6.4주로 임신 초기였다.

임신 12주까지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가장 안전한 임신중지 시술로 약물적 방법을 권고하는 시기지만 '임신중절=수술' 공식이 적용된 셈이다.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주수와 환자 상태에 따라 알맞은 임신중절법을 선택해야 한다"면서도 "(의사가) 충분히 배우지 못한 탓에 더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거나, 필요하지 않음에도 자궁 내벽에 손상을 주는 소파술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계에서는 환자 건강권을 우선해 임신중절을 필수 의료서비스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의대·간호대·약대 등 수업에 필수 과정에 넣고 기존 산부인과 전문의도 재교육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는 "의대와 전공의의 연차별 교육 과정을 개편해 향후 배출될 산부인과 의료진이 충분히 임신중절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전문의는 "대학병원 교수와 산부인과 학회를 중심으로 '안전한 임신중지 매뉴얼'을 집필하고 연수강좌를 실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문의 재교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해진 기자



"내 손으론 못 죽인다"…낙태 거부권 달라는 의사들


[낙태죄 그 후 한달]② "낙태 원하는 의사에게만 교육하고 시술하도록 해야"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낙태 시술을 하라고 한다면, 저는 절대로 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글쓴이가 올린 청원 내용이다.

그는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다"며 "낙태가 합법화되고 산부인과 의사라면 당연해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에게도 낙태 시술에 대한 진료거부권을 달라는 청원이다. 이 청원은 9일 현재 3만 5000여명이 지지했다.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대체입법 논의를 시작한 가운데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은 낙태 거부권을 요구하고 나섰다. 생명인 태아를 죽일 수 없다는 개인적·종교적 신념이 주된 이유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낙태가 산모의 건강에 해롭다는 신념을 설명했다. 산모 건강에 위험한 상황, 즉 의학적 낙태는 허용해야 하지만 사회·경제적 이유 같은 비의학적 낙태는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최 센터장은 "비의학적 낙태는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비의학적 낙태에 대해 거부권이 없으면) 낙태를 하고 싶지 않은 의사들은 산부인과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엔 완전히 대가 끊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사 개인에게 비의학적 낙태 시술 책임을 지워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낙태 시술을 원하는 의사에게만 따로 교육시켜야 한다는 게 최 센터장의 주장이다. 낙태가 가능한 병원이나 의사를 소개하는 일은 의사가 아닌 국가의 몫이라고도 말했다.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도 최근 상임이사회를 열고 낙태 진료거부권 요구방침을 세웠다. 김동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지금도 산부인과 전문의 중 70%가 개인적 신념에 따라 낙태를 하고 있지 않다"며 "낙태가 국민의 기본 권리가 아닌 이상 의사 개인의 신념도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부권이 없으면 '낙태가 합법화됐는데 왜 안 해주느냐'며 고발하는 환자도 생길 것"이라며 "따라서 진료 거부권만큼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의 진료거부 시 대체 병원을 안내할 의무를 규정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산부인과 전문의는 "헌재 결정으로 낙태가 필수적인 진료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의사 개인이 신념에 따라 시술을 거부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서비스가 열악한 곳에서도 의사가 낙태 시술을 거부할 경우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지원하고 안내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방윤영 기자



"출산 하루 전 낙태가 하고 싶어졌다?"


[낙태죄 그후 한달]③헌재, 22주 이후 낙태 원칙적 금지…성폭력 임신 늦게 안 경우는?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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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상담센터 간호사 A씨는 임신 23주차에 센터를 찾은 10대 피해자에게 제휴병원을 소개해줬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으로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하지만 병원은 임신기간이 너무 길어 위험하다며 거절했다. 배가 불러가던 피해자는 결국 종적을 감췄다. A씨는 "결국 음성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낙태를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낙태 허용 임신기간(주수)을 22주 이내라고 명시했다. 임신 22주는 WHO(세계보건기구)가 태아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는 시기다.

관련법 개정안도 '22주 허용' 기조에 발맞춰 진행 중이다. 지난달 15일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은 모체 건강에 위협이 없는 한 22주 이후 낙태를 금지했다. 성폭력에 의한 임신도 금지다. 위반 시 의사에게 과태료 500만원 처벌 규정을 뒀다.

이에 대해 여성계와 일부 보건의료계에서는 낙태 가능 임신기간을 법에서 제한해선 안된다고 지적한다.

후기 임신중지는 위험하기 때문에 원하는 여성이 드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지난해 조사결과에 따르면 외과적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 682명의 95.3%가 임신 12주 안에 임신중지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기간 임신과 위험성에도 후기 임신중단을 원한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이 여성계의 주장이다.

제이 한국여성민우회 여성건강팀장은 "후기임신 중지를 두고 '그럼 출산 하루 전 아이를 꺼내 죽여도 되냐는 것이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후기까지 잘 유지해오던 임신을 갑자기 중지하려는 여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기 임신 중지를 필요로 한다면 지역·연령·장애· 질병 등에 따라 (낙태를 선택할) 시기가 미뤄지는 경우"라며 "처벌이 아니라 후기 임신중지를 야기하는 사회경제적 요건을 줄일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물지만 후기임신중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함성 여성건강권수호협회 활동가는 "10대 뿐 아니라 성인 여성 가운데도 22~23주에서야 임신 사실을 알고 성폭력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있다"며 "법적으로 성폭력에 의한 임신을 인정받으려면 수사를 거쳐 재판까지 몇 개월씩 걸린다"고 지적했다. 후기 임신 원천봉쇄시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해외 역시 기준 임신기간 이후라도 의료진이 임신중절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시술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스는 기준인 임신 14주 이후에도 의사 2명이 '임신 유지가 여성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길 우려가 있다'는 진단서를 정부에 제출하면 임신중지가 가능하다. 스웨덴은 보건당국 위원회 심사로 '출산 후 태아 생존 불가능시' 24주 이후 낙태가 허용된다.

후기 임신중지 허용이 생명 경시 풍조로 이어질 것이라 우려도 있다. 하지만 임신중단에 대한 기간 제한이 없는 캐나다의 임신중단은 대부분 초기에 이뤄진다. 2017년 캐나다의 전체 임신중절 2만2087건 가운데 12주 이내가 1만4585건으로 66.03%인 반면 21주 이상은 706건으로 3.1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 방향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장은 "후기임신 중지는 국가가 아닌 여성이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스스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정부는 후기 임신중지 때 여성에 가해지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출산 후 입양 등 다른 방법은 없는지 등 당사자가 정보를 충분히 얻고 결정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법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해진 기자



'낙태죄 사건' 여전히 법원에…"법 개정이 관건"


[the L] [낙태죄 그후 한달]여성계 "규제보다 여성 권리 확대에 초점 맞춘 법안 나와야"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지난달 헌법재판소가 현행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론을 내렸지만 일선 법원들엔 여전히 수많은 '낙태죄 사건'들이 남겨져 있다.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법원에서 어떤 판결을 받게 될까.

'헌법불합치' 판단은 특정 법률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그 법률의 효력을 갑자기 중지시킬 경우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만 한시적으로 효력을 유지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사실상 위헌 결정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헌재는 2020년 12월31일 이전까지만 현행 낙태죄 조항들을 계속 적용시키기로 했다.

9일 대법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자기낙태죄·의사낙태죄로 기소돼 형사재판 중인 사건은 총 96건이다. 이 중 6건은 현재 1심에 계류 중이다. 지난달 헌재에서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단을 이끌어낸 정모씨에 대한 2심 공판도 이달 28일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대부분의 법조계 인사들은 법원이 진행중인 낙태죄 기소 사건들에 대해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선고를 미루거나, 공소 기각(소송조건에 결격사유가 있다고 보고 심리 없이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에 따른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항 자체의 위헌성이 입증됐다는 판단에서다.

가능성은 낮지만 사건을 맡은 재판부 재량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단순 위헌 결정은 아니어서 현행 낙태죄가 입법 개정 시한까지는 유효한 조항으로 보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우다.

한 현직 판사는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판사들 사이에서도 '법안 개정 전까지 낙태죄 사건 판결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나오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다만 국회가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개정 규정을 입법하지 않는 경우엔 사정이 달라진다. 국회의 개선 입법이 없으면 2021년 1월 1일부터는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는다. 말 그대로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법원은 무죄 판단을 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해당 시점에 입법 가능성이 높을 경우 법원은 선고를 내리지 않고 상당기간 동안 추가적인 입법을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국회가 신속하게 개정 입법을 추진하되,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를 충실히 반영한 법안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한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위 부위원장은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는 낙태한 여성에게 형벌을 가하는 것이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형벌 아닌 다른 방식으로 낙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낙태는 더이상 범죄가 아닌 규제 대상이 될 필요가 있다"며 "다만 입법 과정에서의 논의에서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가 중심이 아닌 여성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채원, 백인성(변호사) 기자



합법과 불법사이 '유명무실' 낙태죄… 복지부는 정중동


[낙태죄 그후 한달]낙태죄 위헌 운동 촉발, 법 개정에 신중 또 신중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낙태죄 폐지가 결정됐지만 모자보건법이 규정한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고는 낙태는 여전히 불법의 영역이다. 내년 말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유효해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현행법은 여전히 존재해 낙태는 위법인 게 맞다"며 "그러나 처벌이 유예돼 법 집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낙태죄는 합법과 불법 사이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복지부는 낙태를 결정하고 실행한 여성과 시술한 의사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와 270조의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유전적 장애, 근친상간, 강간 등에 의한 임신의 경우는 낙태를 허용한 모자보건법이다.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함께 바뀌고 작동해야 하는 구조에서 법무부와 복지부는 함께 사안을 논의 중이다. 두 부처는 이 사안을 논의할 기구 선정과 일정, 방법 등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복지부는 헌재 설정 기한(내년 말) 안에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원론적 입장 뿐이다.

시간이 넉넉해서가 아니라 낙태를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여당과 복지부, 법무부, 여성가족부 등이 종교계, 여성계, 의료계 등 의견부터 듣겠다고 한 이유다.

낙태죄를 둘러싼 가장 첨예한 부처는 바로 복지부다. 낙태죄 폐지 구호를 촉발시킨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복지부는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개정령(안)'을 내놓았다. 모자보건법 14조 1항을 위반해 낙태 수술을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적발된 의사는 최대 1년간 자격 정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대한산부인과의사회사 "낙태 수술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의사들의 준법투쟁에 시민단체들이 일어서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순히 모자보건법이 문제가 아니라 형법상 낙태죄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데 뜻이 모이고 결국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이어졌다.

복지부는 "낙태와 관련해 여성가족부에 연계된 법은 없지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새 법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여가부, 법무부와 함께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산 기자



美대선 앞두고…거세진 '낙태금지법' 추진 움직임


[낙태죄 그후 한달]최소 15개 주에서 의회 안건으로 상정…5개주에서 낙태금지법 통과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자./AFPBBNews=뉴스1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자./AFPBBNews=뉴스1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진게 한달 전인 한국과 달리 바다 건너 미국에서는 낙태 허용, 금지를 두고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낙태가 여성의 건강권이나 선택, 생명존중과 직결된 문제가 아닌 정치쟁점의 양상을 띠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좌충우돌 행보와 2020년 대선 등과 맞물리며 미국 각 주정부에서는 낙태금지법 제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벌써 최소 15개주의 주의회가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5개주에서는 낙태를 강력하게 제한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지난 7일 '심장박동 낙태금지법'을 통과시켰다.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임신 6주 이후부터 태아를 생명으로 간주, 낙태 시술을 불허하는 내용이다. 임신 초기에 그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낙태를 제한한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주 주지사는 법안에 서명하기 전 "우리는 무고하고 취약한 존재를 보호하고, 스스로 말할 수 없는 이들을 대변한다"며 "소중한 아기들이 자라서 신이 부여한 그들의 완전한 잠재력을 깨닫게 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낙태금지·제한법을 제정하려고 각 주정부가 경주(race)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CBS방송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전역에서 각 주의회에 제출된 낙태금지·제한 법안의 수는 250개에 달한다. '심장박동 낙태금지법'처럼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불허하는 법안의 수는 전년대비 62% 늘었다.

그 중 15개 주가 이를 주의회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미시시피주, 오하이오주, 켄터키주, 노스다코다주는 조지아주와 유사한 낙태금지법을 제정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와 테네시주도 비슷한 낙태금지법을 고려 중이다. 아칸소 주도 낙태 허용 주간을 2주 줄였으며 앨라배마주 의회는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제정시키겠다고 예고했다. 주로 오랜 기간 당 차원에서 낙태를 반대해 온 공화당이 집권하거나 기독교 신자 인구가 많은 지역들이다.

미국은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에 따라 임신 후 24주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이후 미국 정치권은 낙태 허용 문제를 놓고 오랜 기간 갈등해왔다.

CBS는 낙태반대론자들이 지금이 낙태금지법을 제정할 적기라고 보고 있어 올해 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브렛 캐버노 판사가 연방대법관으로 임명되면서 대법원이 보수 축으로 기운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재선을 앞두고 낙태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이유다.

실제로 미 보건복지부(HHS)는 지난 3월 낙태를 찬성하는 국내 및 국제 비영리단체와 낙태를 시술하는 병원들에 대한 미국 정부의 자금지원을 일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에도 의사들의 종교적 신념을 존중해 '낙태시술 거부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법안은 낙태를 찬성하는 시민단체들과 연방법원에 의해 입법화가 제지되고 있다. 낙태금지법을 제정한 미시시피주, 오하이오주, 켄터키주, 노스다코다 주 등은 이에 대한 위헌 소송이 걸려있으며, 조지아주의 낙태금지법에 대해서도 소송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연방법원은 HHS의 정책에 집행 정지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미 민주당 역시 '낙태시술 거부권'이 사실상 낙태를 금지하는 일이 될 것이라면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 중이다.

정한결 기자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국회 '대안입법'은?


[the300]형법·모자보건법 이정미 안…'자기낙태죄·동의낙태죄 삭제'·'사회적·경제적 낙태 사유 포함'

[MT리포트]낙태죄 그 후 한달… 낙태시술 배운 적 없다는 의사들
낙태죄 관련 헌법재판소의 헌법불일치 결정 이후 내년 12월까지 형법·모자보건법을 국회에서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국회 차원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헌재 결정 이후 국회에 제출된 낙태죄 관련 법안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개정안·모자보건법 개정안 총 2건이다. 해당 법안은 바른미래당·정의당 의원들을 주축으로 의원 10명이 공동발의했다.

형법 개정안은 제27장 제목을 ‘낙태의 죄’에서 ‘부동의 인공임신중절의 죄’로 개정하고 자기낙태죄, 동의낙태죄 규정을 ‘모자보건법’에 규정하기 위해 삭제했다.

임신부의 동의없이 임신중절을 한 자를 처벌하는 ‘부동의 인공임신중절 치사상죄(부동의 낙태죄)’의 처벌은 강화했다.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현행 5년 이하에서 7년 이하로, 치사죄는 현행 10년 이하 에서 3년 이상 징역으로 형량을 높였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22주 기간에 인공임신중절에 관한 기존 사유에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더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하지 않고 임산부의 판단에 의한 요청만으로도 인공임신중절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정미 의원은 “사회경제적 사유가 임신중절의 사유로 보장되지 않음으로써 여성들은 불법 시술을 선택 할 수밖에 없었다”며 “자신의 생명과 건강권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 낙태의 죄도 고스란히 여성의 몫이었다”고 밝혔다.

입법조사처도 지난 2일 세계 각국의 낙태 허용 수준과 범위 등을 정리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관련 쟁점 및 입법과제’ 보고서를 내놨다. 입조처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85년까지 산업화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낙태를 허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낙태 가능 시기만 제한할 뿐 사유를 제한하지 않은 국가는 61개국이다. 세계 인구의 39.5%를 차지한다.

선진국 사례는 이렇지만 국내 특수성 등을 고려했을 때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에 대한 형사처벌의 존치 여부’ 등이 쟁점이 될 전망이다. 입조처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의 존치 여부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의 관점과 연계되는 문제로, 폐지와 관련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헌재도 낙태를 금지하는 것 자체가 모두 위헌은 아니라고 본 만큼 형법에서 낙태를 삭제하는 것의 파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 △임신종결에 대한 자기결정권 수준별 시기 구분 △불완전한 자기결정에 대한 보완 △태아의 생물학적 아버지에게 고지되지 않은 낙태 관련 분쟁 △법체계 정합성의 문제 △낙태죄 처벌규정의 정비 등의 쟁점 등이 남아있다.

강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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